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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설] 中 인민은행장 "위안화를 무역전쟁 수단으로 안쓰겠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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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 중국 인민은행장이 13일 "위안화 평가절하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환율을 무역갈등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인데 지금은 말보다 행동이 필요한 때다.

미국은 올해 3월부터 중국산 제품에 10% 또는 25%에 이르는 보복관세를 물리고 있다. 그사이 중국 위안화는 3월 달러당 6.3위안대에서 최근에는 달러당 6.9위안대로 9%가량 평가절하됐고 더구나 중국 정부는 수출기업에 부가가치세 등을 되돌려주는 이른바 세금 환급률을 1~5%포인트 올렸다. 미국의 보복관세를 상당 부분 상쇄시켜온 셈이다.

중국은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위안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 결과"라며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 미국은 2015년 제정된 교역촉진법에 따라 무역흑자·경상수지·외환시장 개입 등 3가지 기준을 따져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결정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런 기준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중국 정부가 무역을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 환율을 조작했다고 미국 재무부가 결정하기만 하면 종합무역법을 근거 삼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금 백악관으로부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데 실제로 지정한다면 국제 금융시장에 작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불린다. 100년 패권국 미국과 새로이 100년 꿈을 실현하려는 중국의 힘이 맞부딪치고 있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정치적 판단이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중국이 금융·외환시장 개혁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던 올해 4월 중국은 은행·보험·증권시장 개방을 약속했지만 아직 손에 잡히는 성과는 없다. "위안화 환율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하지만 현행 관리변동환율제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자의적으로 개입할 공간이 얼마든지 있다. 세계 경제를 환율전쟁의 충격으로 몰아가지 않으려면 중국이 보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금융·환율시장 개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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