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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세포과학으로 소고기맛 재현…식물성 버거가 지구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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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9회 세계지식포럼 ◆

매일경제

닉 할라 임파서블 푸드 해외사업 대표가 1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9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식물성 고기와 같은 푸드테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우리가 처음 회사를 만들 때 목표는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 모습을 바꾸자'였다. 소고기 맛을 그대로 재현한 식물성 버거로 가축 수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목표였다."

12일 서울 장충아레나·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제19회 세계지식포럼 마지막 날. 닉 할라 임파서블 푸드 해외사업 대표가 '임파서블 푸드 : 빌게이츠, 리카싱이 주목한 푸드테크' 세션에서 축산업의 잠재적 위험을 설명하며 식물성 버거가 지속 가능한 식품이라고 강조했다.

육류를 소비하기 위해 키우는 소가 엄청난 양의 풀과 물을 소비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식물성 재료로 고기를 완전히 대체하면 보다 많은 자원이 사람과 야생동물에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축산업이 초래하는 환경오염은 저명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1992년 '육식의 종말(Beyond Beef)' 책을 내며 이미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기 맛을 포기하는 채식주의자는 소수에 불과했고 여전히 가축 수는 늘어나고 있다. 콩 버거나 베지 버거 등이 나왔지만 소고기 버거 맛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임파서블 푸드는 소고기를 쓰지 않고도 소고기 맛을 완벽히 재현하는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에 도전했다. 실리콘밸리 푸드테크 기업답게 분자화학을 활용했다. 창업자 팻 브라운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교수는 헴(Heme) 분자에서 고기 맛의 해답을 찾았다. 헴 분자는 우리 몸에 산소를 공급하고 피를 붉게 보이게 하는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분자다. 콩에서도 뽑아낼 수 있다. 임파서블 푸드는 효모 배양 방법으로 헴 분자를 대량 생산했고 2년 전 고기처럼 붉고 육즙이 흐르는 식물성 햄버거 패티가 나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지난 6월 임파서블 푸드 버거가 안전하다고 승인했다. 임파서블 푸드가 제시하는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비전에 주목해 빌게이츠재단, 리카싱 청쿵그룹, 구글벤처스, 싱가포르 테마섹 등 여러 기관투자가가 임파서블 푸드에 투자했다.

할라 대표는 "임파서블 푸드에 생화학자, 인터넷 기반 테크 기업, 지놈 연구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고기 맛을 연구하고, 사람들이 왜 이렇게 고기 맛에 끌리는지를 탐구했다"며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지방과 단백질 성분을 다 찾았고 헴 분자를 통해 패티를 만든 뒤에는 최적 요리법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흔히 식물성 버거가 채식주의자를 주요 고객으로 할 것이란 고정관념에도 도전했다. 채식주의자가 고기를 먹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섭취하는 식물성 버거가 아니라 고기를 즐기는 사람이 정말 고기 맛이 나서 먹는 버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현재 임파서블 푸드는 미국 화이트캐슬, 애플비 등 여러 버거 레스토랑에 버거 패티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홍콩 유명 레스토랑에도 진출했다.

이날 세션에서는 강연이 끝난 뒤 식품업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할라 대표에게 임파서블 푸드의 기술 공유나 파트너십 방향에 대해 질문했다.

나라마다 선호하는 고기 맛이 다른데 임파서블 푸드가 어떤 글로벌 전략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로 어떤 사료를 먹이느냐에 따라 고기 맛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임파서블 푸드 저력은 다양한 지방 비율과 고기 맛의 식물성 패티를 뽑아낼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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