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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국정감사로 본 '대한민국 부동산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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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평화 한지연 기자] [the300][런치리포트-국감으로 본 부동산]다주택자 독식 가속화, '꼼수' 만연 천태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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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잘못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지금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정상이 아니다. 시중에 떠도는 '돈'이 서울 아파트로 몰려든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돈'은 계속 '돈'을 번다. 대신 집 없는 사람들의 박탈감은 지붕을 뚫었다.

시장에선 '꼼수'도 성행했다.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이 실거래가를 속였다. 자격이 없는 사람들도 분양에 당첨됐다. 그러고도 열매를 얻은 대가는 치르지 않았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적잖았다.

10일부터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도 부동산이다.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정부가 잇따라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대응에 실패했다고 한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풀어줬던 규제 탓이라고 반박한다.

여야 의원들은 국토교통부, 국세청 등에 대한 국감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천태백태를 꼬집었다. 이들이 국감 과정에서 지적한 '요지경' 같은 부동산 시장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서울, 서울, 서울 아파트!=부동산 시장 과열의 진원지는 서울 아파트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8월 현재 서울 아파트 중 10억원 이상 비중은 13.2%로 지난해 8월 시점보다 2.3%p(포인트) 늘었다. 지난해와 올해 서울의 집값 상승은 이들 '10억대 아파트 클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시기 전국적으로 10억원 이상 아파트 비중은 2.8%로 서울이 전국 대비 약 5배 많았다. 반면 5억원 이하 아파트는 서울이 1.5배 적었다. 김 의원은 "지방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만큼 서울과 지방에 대한 주택공급량 조절, 조세정책 등 주택정책을 각각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의 아파트 독식화=대한민국에선 집 없는 사람이 내집을 마련하는 속도보다 집 있는 사람이 집을 여러 채로 늘려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 이규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아파트 3채 이상 보유자는 2012년 6만6587명에서 2016년 11만5332명으로 4만8745명(7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5채 이상 보유자도 1만7350명에서 2만4789명으로 7439명(42.9%) 늘었다.

대부분 무주택자에서 주택보유자가 되는 아파트 1채 보유자는 689만9653명에서 764만9048명으로 74만9395명(10.9%) 증가했다. 증가율이 다주택자보다 현저히 낮다. 집을 가진 이들이 더 많은 집을 갖는 '독식화 현상'이 가속화 된 셈이다.

이 의원은 "서울에 사는 무주택세대가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서울에서 멀리 벗어나야 한다"며 "무주택 세대에는 지역과 상관 없이 LTV(주택담보대출비율)과 DTI(총부채상환비율)을 이전 정부 수준으로 적용해 서울에서 아파트를 살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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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부자 '1%'는 누구?=최근 10년 동안 주택 보유 상위 1%의 1인당 평균 주택 보유량은 갑절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개인의 토지 보유는 줄어든 반면 법인 보유는 크게 증가했다. 법인 상위 1%의 보유 토지 면적과 땅값 역시 2배 가량 뛰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에 따르면 개인 상위 1% 14만명의 주택 보유량은 2007년 1인당 평균 3.2채에서 2017년 6.7채로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10년 동안 57만호 증가해 지난해 총 94만호를 기록했다. 이는 판교신도시의 30배 규모다. 집값 총액은 123조8000억원에서 202조7000억원으로 79조원이나 뛰었다.

정 의원은 "상위 1%~10% 다주택자들이 대부분의 주택을 독식했다"며 "고장난 공급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이 없는 주택공급 확대는 또 다시 상위 다주택자들의 주택 보유만 늘려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분양원가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즉각 도입해 고분양가를 규제하고, 토지임대부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 등의 공급을 확대해 집값을 잡아야 한다"며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사다리는 부동산?=대한민국에서 '부동산 불패'는 이미 신화의 지위에 올랐다. 주식 등에 비해 실패 확률이 낮은 투자로 꼽힌다. 여윳돈이 생기면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무리를 해서라도 '갭투자'(전세를 끼고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것)에 나서는 이들이 적잖다. 자금은 많지 않은데 수십채의 집을 굴리는 기형적 임대사업자도 양산됐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 중 '여유 자금이 생기면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이들이 56%에 달했다. 5년 전 같은 조사 때의 47%보다 9%p 늘었다. 반면 저축을 하거나 금융자산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은 4.3%p 줄었다.

이 땅에서 신분상승의 유일한 사다리를 부동산으로 보는 이들이 적잖다. 사다리를 타고 다다르고 싶은 꼭대기는 '월세 받는 인생'이다. 최근 정부는 월세 받는 인생을 사는 이들에게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장했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3채 이상 집을 굴리는 임대사업자가 약 9만명이다. 역시 서울이 3만4446명으로 가장 많다. 20채 이상 굴리는 임대사업자도 전국에 8600명이 넘는다.

◇'빚의 제국' 부동산코리아=너도 나도 빚을 내 집을 샀다. 올해 6월 기준 주택담보대출자 631만명 중 147만명(23%)는 신용대출이나 제2금융권 대출을 동시에 받은 다중채무자다. 주택담보대출을 필요한 만큼 받지 못했거나 다른 대출이 불가능해 은행권이나 제2금융권에서 금리가 높은 추가 신용대출을 받은 것이다. 1주택자 중 다중채무자는 지난 1년 사이 9만명이나 늘었다.

다주택자 130만명 중에서 다중채무자는 3명 중 1명 꼴인 43만명(33.3%)이다. 이중 32만명은 신용대출을, 15만명은 카드론 대출을 받았다. 저축은행 신용대출과 대부업 대출을 받은 이들도 각각 1만7000명과 2만명에 달했다.

김병욱 의원은 "서민층의 내집마련을 위한 금융지원은 필요하지만 투기수요의 다주택자와 초고가주택에 대한 과도한 대출은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다중채무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유동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입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투자는 꼼수다"=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선 '꼼수'가 만연하다. 부적격자가 청약에 당첨되는 경우나 실거래가를 속여 집값을 담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임대소득이나 양도소득을 속이다 적발되는 이들이도 있다.

민경욱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부적격 청약당첨이 약 14만건 적발됐다. 청약가점과 무주택 여부, 세대주 여부 등을 잘못 기입한 경우가 6만4651건(46.3%)으로 가장 많았고, 재당첨 제한 5만8362건(41.8%), 무주택세대 구성원의 중복청약 및 당첨 5420건(3.9%) 등이었다.

직업이 없는 19세 미성년자가 청약과열지역에서 14억원짜리 아파트 분양권을 사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청약에 담청된 미성년자는 331명이나 됐다. 여기에는 미취학아동 12명도 포함됐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부동산 임대업 사업장 대표로 등록된 미성년자는 244명에 달했다. 이들 중 연소득 1억원 이상인 미성년자가 23명이나 됐다. 최고 연소득은 서울 강남에 거주 중인 만 6세 미성년자로 3억8850만원이었다.

◇"부동산 세금은 너의 것"=박명재 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부동산 양도소득세 탈루 추징세액은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 관련 탈세 제보도 2010년 554건에서 지난해 2115건으로 4배 증가했다. 국세청의 부동산 세무조사는 2016년 4498건에서 2017년 4549건으로 증가세다. 같은 기간 추징세액도 4528억원에서 5102억원으로 늘었다.

국세청이 2013년부터 전세금 상위자 위주로 변칙증여 여부를 조사한 결과 자녀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고액 전세금 등을 편법으로 증여해 적발된 이들이 토해낸 세금이 지난해 200억원을 돌파했다. 박 의원은 "사회지도층이나 일부 공직자들이 전세금을 통해 편법·불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하는 것이 만연한 상황"이라며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평화 한지연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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