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법원장 출석 여부 놓고 맞서다 파행 빚기도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10일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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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과 공보관실 운영비 사용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날 국감은 시작부터 파행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감 출석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다. 자유한국당은 대법원이 비자금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공보관실 운영비' 등에 대해 김 대법원장이 직접 소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장이 국감에서 답변하는 것은 관례에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은 물론 법관의 책임성 강화 등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인사말을 하는 동안 야당 법사위원들은 퇴장했다. 김 대법원장의 인사말 이후 야당 법사위원들이 국감장에 돌아오며 국감이 재개됐다.
◇'주거 평온' 영장기각 사유…행정처장도 "본 적 없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사법농단 주역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말도 안 되는 사유로 기각하고 있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주거의 평온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고 했다. 백 의원은 "제가 법조 생활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여태까지 주거의 평온, 안정을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사례를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백 의원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검사로 근무했다.
백 의원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에게 이런 사례로 영장이 기각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즉답을 피하던 안 처장은 결국 "그런 사례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했다. 기관증인으로 출석한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승련 기획조정실장, 이승한 사법지원실장 등도 "직접 경험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안 처장은 다만 헌법상 기본권 측면의 주거 평온이 영장 기각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92년부터 2005년까지 검찰에 근무했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구속영장 유출 의혹에 대해 파고들었다.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구속영장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했다는 의혹이다.
조 의원은 "법원 내규상 중요 사건에 대한 보고 책임자는 법관이 아닌 일반직 공무원"이라고 지적했다. 판사가 예규를 어기는 게 법원의 신뢰 저하로 연결된다는 지적이다. 조 의원은 또 "예규에 의하면 구속영장, 압수수색 영장은 사건이 종국됐을 때 보고하라고 돼 있는데, 이번 사건은 영장 접수 때부터 보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안 처장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더 이상의 답변을 피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도 "사법농단을 밝히자는 거냐, 덮자는 거냐"며 "법원이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지는 보였지만 치부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조직 보호,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게 국민들의 보편적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0일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퇴장해 자리가 비어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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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지목된 공보관실 운영비…대법 "문제 없다"
야당 의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 등 전·현직 법원장들이 현금으로 받은 '공보관실 운영비'를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예산 집행이 불투명하고 형사적 문제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며 사용 내역을 자료로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원행정처는 집행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법원행정처장의 확인에 의하면 '공보관실 운영비를 제대로 사용했지만, 증빙자료는 없다'는 것"이라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데 국민이 수긍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감사원에서 2016년 3월 개인에게 현금으로 전액 지급하지 말라고 지적했지만 이런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금으로 빼썼다. '제대로 썼지만 증빙자료는 없다'고 해명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안 처장은 "감사원은 (공보관실 운영비의) 현금 지급에 대해서는 지적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법원행정처에 배정한 공보관실 운영비 2000만원을 심의관들에게 고정적으로 매달 일정 금액씩 지급하는 것만 지적했다고 한다.
공보관실 운영비를 법원장이 받아간 것에 대해 안 처장은 "일선 법원에는 공보관 실이 없기 때문에 법원장과 수석부장, 지원장 등이 공보 업무를 하며 운영비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 처장은 "검찰이 '비자금'으로 명명한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0일 국회 국정감사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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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사퇴하라"는 지적까지 나와
급기야 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양승태 사법부는 사법농단을 한 죄가 있는 사법부고, 김명수 사법부는 이를 개혁하겠다고 했다가 불구경 리더십으로 사법부 신뢰를 완전히 추락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붕괴되면 나라의 축이 무너진다"며 "김 대법원장이 진심으로 사법부를 사랑하고 존경한다면 용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사법부 권위는 자유한국당이 무너뜨린 게 아니고 사법부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며 "김 대법원장은 허약하고 무능한 리더십으로 참담하고 비참한 1년을 만들었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법원 위기를 자초한 것은 법원 스스로의 문제"라고 했다.
이에 안 처장은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대법원장께서 법과 원칙에 따라 하기에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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