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동물 학대 아니냐” 비난 받아
‘어처구니’ 없는 맷돌로 정부 비판
AI로봇에 “랩 해줘” 웃음 터지기도
국정감사 첫날인 10일, 의원들의 ‘이색 소품’ 대결엔 맷돌·로봇을 넘어 살아있는 고양이까지 동원됐다. 넘쳐나는 현안 질의 속에서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의원들의 소품·시연 경쟁은 한두해 일이 아니지만, ‘시선 끌기’에만 주력해 자칫 본질을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8일 대전시립동물원에서 우리를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 관련, 당시 남북정상회담과 시기가 겹친 탓에 정부의 과잉대응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를 하기 전 철창에 가둬 둔 고양이를 소개했다. 김 의원은 “사살된 퓨마와 아주 비슷한 거를 가져오고 싶었지만, 퓨마를 너무 고생시킬 것 같아서 안 가져왔다. 동물도 아무데나 끌고 다니면 안된다”고 말했다. 퓨마와 닮은 무늬를 가졌다는 이유로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고양이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벵갈 고양이의 새끼다. 화제를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우리 안에 있는 벵갈 고양이를 상임위장에 가져오는 것도 동물 학대 아니냐”(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관련 기사 보기: 김진태 의원이 국감장에 ‘아기 고양이’를 데려온 이유 ) 환경위 국감에선 종종 동물들이 ‘증인’으로 등장하곤 했지만, 정무위 국감에서 동물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환경위원회가 환경부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했을 때는 방음벽 충돌로 인한 야생 조류 폐사 문제를 지적하며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천연 기념물 솔부엉이 박제를 꺼냈다. 환경위의 국감에선 2014년엔 살아있는 뉴트리아(괴물쥐), 2010년 야생 구렁이 등이 각각 생태계 파괴 문제, 밀렵의 문제점 등을 지목하는 ‘증인’으로 호출된 바 있다.
“맷돌 손잡이를 뭐라고 하는지 알고 있나.”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엔 때 아닌 ‘맷돌’ 소품이 등장했다. 맷돌 손잡이, 즉 ‘어처구니’가 없는 이 맷돌은 박대출 의원(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가져온 것이다. 같은 위원회 소속 박성중 의원(자유한국당)은 국내 서비스로봇 관련 산업을 키우자는 취지로 엘지(LG)전자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로봇인 ‘클로이’를 들고 나왔다. “뒤로 돌아” “의원님들께 인사해줘” “랩 해줘” 등 명령어를 제시했으나,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로봇을 놓고 “내가 사투리를 쓰니까 인식을 못 하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유경 노지원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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