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청문회장’ 된 법제사법위 대법원 국정감사
“유사 기각 사례 있나” 질문에 법원행정처장 “경험 없다”
한국당, ‘양승태 비자금’ 대법원장 해명 요구하며 퇴장도
한국당 의원 집단 퇴장, 빈자리 보며 대법원장 인사말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 뒤)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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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등 하나 잘못 날렸다고 스리랑카 외국인 노동자가 구속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런데 사법농단 주역들은 압수수색 영장부터 줄줄이 기각되지 않습니까!”(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방탄소년단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사람들은 지금 사법부를 보고 방탄판사단이라고 합니다.”(민주당 이춘석 의원)
1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법원이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여러 차례 기각한 것을 두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사법농단 국정감사’였다. 앞서 지난 8일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면서 “주거, 사생활의 비밀 등 기본권 보장의 취지에 따라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를 밝혔다.
11년간 검사로 일한 백혜련 의원은 “제 법조생활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여태까지 주거의 평온과 안정을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사례는 듣도 보도 못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법관으로 생활하면서 이 같은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사례를 알고 있느냐”는 백 의원 질문에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물론 김창보 차장과 이승련 기획조정실장도 “경험한 바 없다”고 답변했다. 백 의원은 “이런 기각에 대해 어떤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같은 당 이춘석 의원도 “전직 대법원장의 사생활은 사생활이고 일반 국민의 사생활은 사생활이 아니라는 것이냐”며 “영장 문제를 인지했다면 사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사법농단을 밝히자는 거냐, 덮자는 거냐”며 “법원이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지는 보였지만 결국은 치부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조직 보호,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게 국민들의 보편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검찰이 요구하는 자료의 52%가량을 이미 제출했다며 대법원이 자료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는 검찰 주장을 에둘러 반박했다. 안 처장은 “지난 8일 기준으로 검찰이 (디지털 포렌식 후) 2890개 문서파일에 대해 임의제출을 요청했고, 그중 관련성이 있는 1509개를 제출했다”며 “검찰은 6~8월 148회에 걸쳐 다양한 자료를 추가적으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고 법원행정처는 법적 검토를 거쳐 관련 자료를 최대한 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은 ‘양승태 대법원’의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의혹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직접 답변할 것을 요구하며 한국당 의원들이 갑자기 퇴장해 오전 11시쯤 잠시 중단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절 전국 법원장들에게 공보관실 운영비를 나눠줬는데 돈을 받은 사람 중에 김 대법원장도 포함됐으니 그가 직접 답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김 대법원장은 2017년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있으면서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며 “사법부 수장이 공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했다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직접 답변해야 한다”고 했다.
안 처장은 “일선 법원에는 공보관실이 없기 때문에 법원장과 수석부장, 지원장, 사무국장 등이 공보 업무를 하면서 운영비를 사용한다”며 “법원장이 이를 수령한 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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