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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김진태 의원이 국감장에 ‘아기 고양이’를 데려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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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대전동물원 퓨마’ 대응 지적한다며

우리에 넣은 새끼 고양이 데리고 와

동물단체 “명백히 학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정감사장에 ‘고양이’를 대동했다. 지난달 우리에서 탈출했다가 경찰 총에 맞아 죽은 ‘퓨마’와 관련한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지만, 사안과 관련도 없는 동물을 우리에 넣어 국감장에 데려 온 행위가 “동물 학대”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의원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동물을 하나 가져왔다”며 “퓨마 새끼와 비슷한 동물이다”라고 소개했다. 국감장 탁자 위에는 작은 철창 안에 갇힌 고양이 한 마리가 올려졌다. 그는 “(지난) 9월18일 사살된 퓨마와 아주 비슷한 거를 가져오고 싶었지만, 퓨마를 너무 고생시킬 것 같아서 안 가져왔다”면서 “동물도 아무데나 끌고 다니면 안 된다. 자그마한 것을 한 번 보시라고 가져왔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8일 대전시립동물원에서 맹수인 퓨마가 우리 밖으로 탈출했다가 경찰의 총에 사살됐던 일을 문제 삼으며 “(9월18일) 대전 모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했는데, 아주 전광석화처럼 사살했다. 그날 저녁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데 눈치없는 퓨마가 하필 그날 탈출해서 실검(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식했다. 엔에스시(NSC)까지 소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보다 훨씬 민첩하게 (엔에스시) 화상회의까지 열려서 빨리 처리해라, 이런 상황이 됐다”며 “(퓨마가) 불쌍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엔에스시가 소집됐다는 지적에 대해 “제가 엔에스시 멤버인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퓨마가 우리를 탈출한 뒤 청와대가 엔에스시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는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것이다. 이어 홍 실장은 “처음에 마취 총을 쐈지만, 사살을 하지 않았을 때 울타리 넘어서 인근 주민에 피해를 끼치면 정부를 얼마나 비난할까, 그것이 더 우려됐다”며 “사살할 수밖에 없었던 건 동물원 관계자들과 협의했다”고 답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경찰이 사살한 퓨마가 “불쌍하다”는 취지로 정부의 대응을 지적했지만, 정작 김 의원이 “동물학대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동물을 “아무데나 끌고 다니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정작 김 의원이 고양이를 우리에 넣어 국감장에 데려왔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행동을 전해 들은 동물보호단체는 '동물학대'라며 경악했다. 영역동물인 고양이 습성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명백히 학대다. 고양잇과 동물은 영역동물이라 사람이 많은 낯선 장소는 극도로 두려워한다. 이는 (퓨마 사살 같은) 동물 학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더 키우는 것이다.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이기적인 행동도 지적했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이사는 “퓨마 사살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고양이를 국감장에 데리고 오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동물을 도구, 물건으로 여기는 잘못된 행위다. 또 고양이와 퓨마는 같은 고양잇과 동물이지만 반려동물과 야생동물로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질의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진태 의원을 겨냥해 “동물학대 차원에서 (김진태 의원이) 질의를 했는데, 과연 우리 안에 있는 벵갈 고양이를 가져오는 게 (오히려) 학대가 아니냐”라며 “감사장에 온 벵갈 고양이의 눈빛을 보면 상당히 불안에 떨면서 사방을 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지원 최우리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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