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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법농단 간여 판사들은 여전히 ‘재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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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행정처 부적절 문건 쓴 시진국·김종복·문성호 등

김명수 대법원장이 징계 청구한 13명 중 5명만 업무 배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농단에 간여한 여러 판사들이 여전히 일선 법원에서 재판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문건을 작성했는데도 징계나 직무 배제 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9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시진국·김종복·문성호 등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면서 부적절한 문건을 작성한 판사들이 현재 재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015년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으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방안’ 문건을 작성한 시진국 부장판사는 현재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재판을 맡고 있다. 이 문건은 과거사·통상임금·KTX 승무원 사건 등을 국정운영에 협조한 사례로 언급해 논란이 됐다.

시 판사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해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관심사로 청구기각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을 적시한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 전략’ 문건도 썼다.

김종복 부장판사는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재판을 하고 있다. 그는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으로 일하면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원들의 의원직을 상실시킬 방안을 검토했다. 마찬가지로 통합진보당 소송 관련 문건을 작성한 문성호 판사는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을 담당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6월 현직 판사 13명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지만 법관징계위원회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징계 혐의의 인정 여부, 징계 양정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수사의 진행 경과 및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결정을 미뤘다.

징계 청구 대상 13명 중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5명만 사실상 무보직인 ‘사법연구’로 발령받아 재판 업무에서 배제됐다.

검찰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문제가 드러난 판사들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검찰 조사나 압수수색을 받은 이들 일부 판사를 신청사건 담당 재판부로 옮겼다. 규모가 작은 법원의 경우 업무 분담이 어렵다는 등 이유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에 대한 직무 배제를 요구해왔다. 법원 관계자는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가 재판을 한들 사건 당사자들이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채 의원은 “사법부가 무너진 삼권분립을 바로 세우고 사법농단의 실체를 규명하려고 한다면 관련 판사들을 즉시 재판 및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대법원은 징계를 즉각 진행하고 수사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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