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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증상 없는 간섬유화, 피는 못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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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 변형 단백질 농도 측정’ 조기 진단법 세계 첫 개발

초기엔 간기능 수치 정상…간경화·간암으로 이어져

새 검사법 간편·저렴…질환 진행 속도 추적에도 유용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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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기능의 본격적인 악화는 간의 섬유화(간섬유화)로부터 시작된다. 간 조직이 점차 딱딱하게 변하는 섬유화는 간세포와 혈액 간의 접촉을 방해해서 간기능을 서서히 나빠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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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간 → 간섬유화 → 간경변 → 간암(왼쪽부터), HEPATOSCOPE Application·대한간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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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성 간염, 알코올성 간염, 대사성 간염(지방간염 등) 등 각종 간염이 간섬유화의 주요 원인이다. 섬유화가 심해져 간이 계속 딱딱해지면 점차 간기능이 상실되는 간경변(간경화) 단계를 거쳐 상당수가 간암으로 진행한다. 즉 만성간염이 악화돼 섬유화 과정을 거쳐 간경변, 간암으로 발전하고 결국 간기능부전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의 섬유화나 간경변이 발생해도 간기능 혈액 검사에 쓰이는 아미노 전이효소(AST, ALT), 전산탈수소 효소(LD) 수치가 정상일 때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빌리루빈, 알부민, 프로트롬빈 등도 이 같은 간손상 여부를 제대로 알아내기 어렵다. 즉 섬유화라는 구조적인 변화가 생겨도 상당 기간 간이 정상 수준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극심한 피로, 황달, 소화불량,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 정밀 검사를 했을 때에는 이미 간기능의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디아젠)이 간섬유화를 조기 발견해 만성 간질환 악화 여부를 일찍 알아내는 검사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간에서 주로 생성돼 혈액 속 염기성 약물을 운반하는 ‘당단백질(AGP)’에서 ‘변형된 당단백질(AsAGP)’의 농도를 측정해 만성간염 악화 여부와 간섬유화 여부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다. 만성 간질환 악화의 시발점인 간섬유화 진행 여부를 조기에 진단할 뿐만 아니라 만성간염 환자들에 대한 간기능 악화 여부와 특히 요즘 급증하고 있는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들에서 간기능의 악화와 간섬유화·간경변증으로의 진행 여부를 비교적 간편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계속 추적하는 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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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의 섬유화, 간경변 등은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안상훈 교수가 간초음파 검사를 통해 간의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왼쪽, 세브란스병원 제공). 기업 연구원이 간섬유화 등 간기능 악화를 진단하는 혈액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오른쪽, 디아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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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간질환 전문의)는 “국내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의 유병률이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생활양식의 변화, 비만 인구 증가 등으로 인해 가파르게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간에 오랫동안 염증이 있으면 딱딱해져(섬유화) 간경변이 생기게 된다”면서 “정기 검진을 통해 만성간염을 조기 진단해 치료하는 것이 간섬유화나 간경변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간질환의 권위자인 이민호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명예교수는 “빌리루빈, 알부민, 프로트롬빈 등 현재 쓰이는 간기능 검사는 간의 섬유화나 간경변증 초기 단계에서는 거의 정상 소견을 보이기 때문에 혈중 AsAGP 측정법은 혈액으로 간경변증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유일한 검사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간의 섬유화를 보다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간조직 생검이나 자기공명탄성도검사(MRE)·간섬유화 스캔 같은 값비싼 영상검사가 적용된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임감정위원을 역임한 이민호 명예교수는 “병원에서 ‘간의 섬유화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MRE를 했으나 정상으로 나오게 되면, 의료분쟁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혈액 검사를 통해 간세포 섬유화의 가능성을 미리 확인한 뒤에 후속 검사를 진행하면 이 같은 분쟁의 소지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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