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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태풍 내습? 안전문자 좀 쉽게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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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행정안전부 등 정부와 지자체에서 발송하는 안전안내문자. 대부분 한자어로 이뤄져 있고 지나치게 축약한 설명으로 인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각종 안전안내문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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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습(來襲)이 무슨 뜻이죠?”

한국에 3년째 거주 중인 인도네시아인 나나 말레나(22)씨는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태풍 내습시 하천, 해안가 등 위험지역 접근금지, 논밭 관리 행위 자제, 낙하물 주의 등 안전에 유의바랍니다’라는 안전 안내문자를 받고 갸우뚱했다.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못 느낄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췄지만 ‘내습’(습격해옴)이라는 단어가 생소했기 때문. 더욱이 생명과도 직결되는 재난 안전문자였기에 말레나씨는 한국인 지인에게 그 뜻을 물으며 마음을 졸여야 했다.

지진이나 태풍, 폭설 시 국민 안전을 위해 신속ㆍ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도입된 재난 안전문자에 정작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나 축약된 설명이 난무하고 있다. 외국인뿐 아니라 특히 안전에 가장 취약한 어린이나 발달장애인 입장에서 이해가 더 어려워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저학년의 52.4%, 고학년의 82.4%가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저연령층의 휴대폰 사용이 일반화됐고 발달장애인 등도 상당수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정부의 안전 안내문자는 이들을 전혀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발달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쉬운 문서’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소소한 소통’(소소)은 최근 정부의 안전안내문자를 쉽게 풀어 쓴 안내문을 배포하기도 했다. “태풍 내습시 하천 해안가 등 위험지역 접근금지”는 “태풍이 오면 강가나 바닷가에 가까이 가지 마세요”로, “논밭관리행위 자제”는 “논이나 밭에서 일하지 마세요”로, “낙하물 주의”는 “떨어지는 물건을 조심하세요”로 바꾸는 식이다.

백정연 소소 대표는 “민간 홍보물도 아니고 정부가 안내하는 재난안전 문자마저도 어려운 한자어나 표현이 많아 약자인 어린이나 장애인, 노인층이 위험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재난안전문자를 총괄하는 행안부 재난정보통신과 관계자는 “재난안내문자 운영지침에서 표준문구가 ‘60자’로 한정돼 있다 보니 쓸 수 있는 문구가 제한적이었고, 때문에 어법에 안 맞는 표현들도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재난안내문자의 글자수를 ‘90자’로 늘리는 한편, 전문용어와 한자어를 대체하는 표준화 문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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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문서를 제작하는 사회적 기업 '소소'가 배포한 쉬운 안전 안내 문자 캠페인. 소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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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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