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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여담(旅談)] 세계인의 향신채, 고수를 정복하는 사람이 여행의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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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중국 음식에는 으레 고수(香菜)가 들어간다. 세계적으로도 즐기는 향신채인 고수를 정복하면 여행이 좀더 즐거워진다.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
“부야오 샹차이(不要香菜)”
아무리 세계는 하나라지만 여전히 문화의 이질성은 남아있다 보니, 해외여행자들이 고충 사항으로 꼽는 것이 퍽 많다. 그중 언어보다 많이 나오는 것이 음식 트러블이다. 예전에 비해 식재료야 그나마 많이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졌다.

사실 한국인 여행객은 향신료(향신채)에 대한 고충을 으뜸으로 삼는다.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리는 것이 바로 ‘고수(실란트로)’다.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특히 꺼린다. 사실, 이 두 나라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즐겨먹는다. 고수 씨앗을 말하는 코리안더는 한국인과 이름이 비슷하지만 코리안이 가장 질색한다. 중국 여행사에선 고수(샹차이·香菜)를 빼달라는 ‘생존 필수 대화’도 가르켜준다.

학명은 코리안드룸 사티붐(Coriandrum Sativum), 그리스어 코리안드로스, 베트남어 라우 무이, 이탈리아어 코리안돌로, 영어와 스페인어에선 실란트로, 프랑스어 코리안드, 태국어 팍치, 일본어 파쿠치(パクチ), 터키어 키쉬니쉬, 힌니어 다니야. 이름이 이처럼 많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즐긴다는 얘기다. 허브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식재료다.

취두부나 홍어처럼 냄새가 고약하지도 않다. 오히려 향기가 난다. 이 향을 좋아하는 이들은 고수를 안넣으면 허전하다지만 질색하는 이들에겐 음식을 망치는 악마의 풀이다. 베트남에서 쌀국수에 고수를 잔뜩 넣어주면 ‘트리오(세제)’가 섞여 들어갔다고 불평한다. 비누, 세제 냄새 등은 그나마 좋은 표현이다. 썩은 걸레 냄새니, 스킨로숀을 닦은 행주냄새, 여름 겨드랑이 냄새 등 다양하고 공격적인 형태로 비호감을 표현한다.

한편 한국인이 특히나 즐기는 깻잎은 외국인들에게 고수나 마찬가지 평을 받기도 한다. 고수를 즐기는 중국인도 깻잎은 좋아하지 않는다. 향이 굉장히 강한 차조기(시소)까지 즐기는 일본인도 깻잎향에 대해선 고개를 젓는 경우가 많다. 미나리도 비슷한 대우를 받을 때가 있다.

고수를 정복하면 여행이 좀더 쉬워진다. 맛있는 현지식을 즐길 수 있다. 조금 노력해서 익숙해지면 어느날 자신이 먼저 고수를 찾을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에선 빈대 냄새가 난대서 빈대풀이라 불렀는데 실제 원산지인 그리스에서도 빈대(Koris)에서 이름을 따와 붙였다. 빈대와 고수는 화학적으로 같은 향을 내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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