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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세계초대석] “아베, 北과 先국교정상화 후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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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문가’ 와다 도쿄대 명예교수 / 美와 쿠바 ‘무조건’ 국교정상화처럼 北·日도 서로 대사관 개설·경협해야 / 평양과 도쿄에 연락사무소 설치를 / 한반도 평화 오면 日 안보 불안 심화? / 남북, 北·美 화해하는데 그럴 일 없어 / 北·日 관계도 같은 방향으로 흐를 것 / 한국, 日 위안부합의 10억엔 출연 부정 / 日 국민도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 줘야 / 양국, 세계가 납득할 공통인식 조성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인) 납치 3원칙을 포기하고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이 납치 문제를 해결하는 길입니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80)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북아 격동 속에서 일본도 변화 흐름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아베 총리의 납치 3원칙 포기를 통한 북·일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와다 명예교수가 표현한 아베 정권의 납치 3원칙이란 △납치 문제가 일본의 가장 중요한 과제 △납치 문제 해결 없이 북·일 국교 정상화 불가 △피랍자 전원의 생존을 전제로 전원 생환(生還) 목표로 정리된다.

세계일보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9일 도쿄 네리마구 오즈미가쿠엔역 공원에서 동북아 정세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2년 9월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첫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1970, 80년대 초 특수기관의 일부가 망동주의, 영웅주의에 사로잡혔다.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책임 있는 사람들을 처벌했다. 유감스러운 일이다”며 사과했다. 북한 측은 피랍된 일본인 13명 중 8명이 사망했으며 5명이 생존한다는 설명을 일본 측에 했다. 이후 생존자 5명과 일부를 제외한 가족은 일본에 귀국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4년 5월 열린 제2차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다시 사망했다는 8명에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재조사를 요구해 북한이 수용했다. 같은 해 11월 북한은 “납치 문제를 다시 조사했지만, 2002년 9월과 비교해 달라진 게 없다”고 일본에 통보하면서 피랍자 중 한 명인 요코타 메구미(피랍 당시 13세)의 것이라는 유골을 전달했다. 일본 측은 분석 결과 요코타 메구미의 DNA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완전히 해결됐다”는 북한과 “피랍자 전원 생환”이라는 일본의 대립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와다 명예교수는 북·일 관계 정상화와 납치 문제의 해법에 대해 아베 총리와는 거꾸로 ‘선 국교 정상화·후 납치문제 해결’을 주장했다. “일본은 북·일 국교 정상화를 기본 정책으로 해 2002년 9월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바를 먼저 이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쿠바와 무조건 국교를 정상화한 것처럼 일·조(북·일)가 서로 대사관을 개설하고 핵·미사일, 경제협력, 납치 문제에 대한 교섭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와다 명예교수는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게이조 선언) 20주년(지난 8일)을 맞은 한·일 관계에 대해 “일본과 한국은 (좋지 않은 일이 있다고 해서) 이사를 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며 “현재 획기적인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실천을 둘러싼 양국 국민의 노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2015년 12·28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양국의 대립에 대해서는 “발표 방식과 설명이 한국민 대다수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한국 측이) 일본 정부가 아무런 사죄도 하지 않았고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을 무조건 부정하는 방식이면 일본 내 반발도 커지기 때문에 한·일 양국의 공통 인식을 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일본 국민도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 발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와다 명예교수는 자료에 근거한 균형 잡힌 시각으로 남북문제를 연구해 왔으며,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미래를 향한 목소리를 내는 일본 사회의 대표적 지성 중 한 명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가.

“김정은 위원장은 핵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본다. 김 위원장이 미국 대통령 앞에서 약속한 이상 최종적으로는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4년 고이즈미 당시 총리를 만났을 때 생존권이 확보되면 핵을 포기한다고 했기 때문에 북한이 생존권을 확보하고 평화가 이뤄지면 가능하다.”

세계일보

―한반도에 평화가 오면 일본의 안보 불안이 커진다는 의견이 일본 내에 있다.

“어떻게 그렇게 되겠는가. 남북관계, 북·미 관계에 평화가 오는 것은 북·일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와도 관련돼 있다. 북·일 관계도 평화로 가지 않으면 (동북아) 전체가 평화로 갈 수 없기 때문에 북·일도 평화로 갈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 정상화에 이어 북·미 간에 국교 정상화와 연락사무소 설치가 이뤄지면 북·일도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북·일 간에는 납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일본 정부가 2007년부터 일본어와 조선어(한국어)로 (대북 단파 라디오 방송인) ‘후루사토노 가제’(고향의 바람·한국어 방송 이름은 ‘일본의 바람’)를 주 각 3회씩 총 6회 방송하는데, 방송 때마다 납치 3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주민) 누가 듣는지는 모르겠으나 북한 정부는 듣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납치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하는데, (일본이) 국교 정상화를 위해서는 납치 문제를 끝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면 납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아베 정권에서 납치 문제 해결과 북·일 국교 정상화는 어렵다고 보는가.

“아베 총리는 납치 3원칙을 포기하고 고이즈미 전 총리의 대북 정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납치 문제를 해결해야 국교를 정상화한다는 것이 아니라 국교를 정상화해야 교섭을 통해 납치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라고 하는데, 일본의 최우선 과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서 보듯이 지진 등 재해 대책이다. 도쿄 부근에서 앞으로 30년 안에 규모 6.7∼7.2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70%라고 하는데, 2020년 도쿄올림픽 전에 대지진이 발생하면 어찌 되겠는가. 올림픽 개최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승리해 3년 더 총리를 할 수 있다.

“당 총재 선거에서 맞붙었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아베 총리의 대북 정책이 틀렸다며 평양과 도쿄에 연락사무소 설치를 주장했다. 내 의견은 더 나아가 아예 북·일이 서로 대사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쿠바와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대사관부터 재개설했다. 북·일도 미·쿠바처럼 대사관을 개설해 거기에서부터 납치 문제를 교섭해야 한다.”

세계일보

―무슨 말인가.

“조선전쟁(6·25전쟁) 당시 북한이 한국을 침략해서 미국이 참전했다. 미군의 항공기가 일본열도에서 한반도로 날아가 폭격했고, 배도 일본에서 갔다. 일본은 미군 명령에 의해 참전해 기뢰 제거 작업을 하기도 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일제강점기 이래 항일전쟁이 계속됐으며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도 북·일 간에는 실질적으로 전쟁 상태가 계속됐다.”

―한·일 간에 일본군위안부 문제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나는 2015년 (12·28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사죄하고 정부가 돈을 출연했다고 하는 것에 피해자를 포함해 한국 국민 내에 비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사죄해서도 안 되고 정부 돈을 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있었으나 일본 국민 대다수가 동의했다. 일본 측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비판받아서 마땅하지만 1995년 무라야마 담화(과거 일본의 지배를 공식 사죄) 등 여러 가지를 해오고 있다. 일본인들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일본을 비판하면 할수록 일본 내 반발도 커진다.”

―한·일 관계의 바람직한 방향은.

“비판이나 비난도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 과거 아시아여성기금, 2015년 합의 등 일본 정부와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해온 조치에 대한 한층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한국뿐만 아니라 한·일, 나아가 세계인이 납득하는 공통의 역사 인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일본의 한층 더 깊은 반성과 한·일의 더 깊은 화해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일본 오사카 출생(80세) △시즈오카현립 시미즈히가시고·도쿄대 문학부 서양사학과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 조교수·교수·소장 △도쿄대 퇴직(1998) △도쿄대 명예교수(1998∼) △제4회 후광 김대중학술상(2010)·제8회 DMZ평화상(2012)·제7회 동북아국제협상(2014) 수상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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