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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송유관공사, 민영화 이후 안전관리 부실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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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저유소만 국가시설, 나머지 7곳은 민간이 관리 맡아

한국일보

대한송유관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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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시설 판교 저유소 제외하면

나머지 7곳 민간이 관리 맡아

정밀진단은 11년에 한번씩 의무

풍등이 일으킨 불꽃이 대형 저유소 화재의 유력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대한송유관공사가 민영화된 뒤 안전관리가 부실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송유관 운영 기업인 송유관공사는 경질유 소비량의 58%를 수송하는 에너지 물류 전문기업이다. 1990년 1월 정부와 정유사 5곳ㆍ항공사 2곳이 합작해 설립했지만 2001년 정부가 민간 기업들에 지분을 넘기며 민영화됐다. 그 결과, SK이노베이션(41.0%)을 비롯해 GS칼텍스(28.62%)ㆍ산업통상자원부(9.76%)ㆍ에쓰오일(8.87%)ㆍ현대중공업(6.39%)ㆍ대한항공(3.10%) 등이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저유소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기반시설이지만 송유관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저유소 8곳 가운데 저장용량이 가장 큰 판교 저유소(약 3억1,300만리터)를 제외한 나머지 저유소 7곳은 저장 유량이 기준(1억5,000만리터)에 미치지 못해 국가중요시설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매년 두 차례 점검을 받고, 민관군 합동훈련인 을지연습 때 화재 대비 훈련 대상에도 포함되는 판교 저유소를 빼면 나머지 저유소의 안전관리는 민간이 맡고 있는 셈이다.

이들 7개 저유소는 안전점검 규정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전문가가 저유소 유류탱크를 개방해 실시하는 정밀진단은 11년에 한 번씩 하도록 돼 있고, 안전점검은 송유관공사 측이 매년 1회 자체 검사를 해 관할 소방서에 보고하면 된다. 실제 고양 저유소는 2014년 이후 외부 정밀진단을 받지 않았다.

때문에 민간기업 주주들의 관리 책임 문제도 제기되지만, 관련 기업들은 송유관공사 경영에 간여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최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권을 갖고 경영에까지 참여하려면 50% 이상 지분이 있어야 해 송유관공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진 않는다”라고 밝혔다. 대한송유관공사 관계자도 “정유사들이 주주인 건 맞지만 경영이나 시설관리의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용재 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화재가 나면 센서가 작동해 탱크 내 자체 포소화설비로 화재를 순간적으로 진화하는 것이 정상적인데 이번에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저유소 시설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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