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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한글날에 더 그리운 훈민정음 상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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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배익기씨가 지난해 공개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2015년 집에 원인 모를 불이 나서 아래쪽이 훼손된 상태다. 배익기씨 제공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관심이 식고 있고, 안다 한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어요. 하루빨리 회수해서 보존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9일 ‘제572돌 한글날 경축식’이 치러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이 날을 기뻐해야 할 ‘대한민국 훈민정음 보존위원회’의 원광화 위원장은 오히려 슬퍼하고 있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상주본) 회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야야 하는 처지여서다.

원 위원장은 “훈민정음에 대한 정교한 해설이 담겨 있어 그 가치가 상당한데도 10년 넘게 어떻게 되는 지도 모르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상주본 보존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관계당국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돼 ‘상주본’이라 이름 붙은 이 판본은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간송본과 같은 판본이지만, 한글 표기와 소리 등에 대한 상세한 주석이 달려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가로는 1조원대에 이른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발견했다는 고서적 수집판매상 배익기(54)씨가 골동품 매매상으로 이제 고인이 된 조용훈씨와 법적 분쟁을 겪으면서 사라졌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의 소유권을 두고 배씨와의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원 위원장은 “법적인 문제 이전에 배씨가 지닌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도록 인간적으로 접근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황천모 경북 상주시장(오른쪽)이 9일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을 소장한 배익기씨를 찾아가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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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황천모 상주시장은 배씨를 만났다. 배씨는 이 자리에서 “상주본이 상주에 보존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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