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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美·北, 정상회담 장소 수싸움…제3국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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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정은, 벤츠 대신 `롤스로이스 팬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면담 장소에 롤스로이스 `팬텀(phantom)`을 타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압도적 정숙성으로 `유령`이란 이름이 붙은 초고가 차량으로 국내 일반 판매가는 6억~7억원에 달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말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때는 벤츠 풀만 가드를 탔다. 이 차량이 언제 어떤 경로로 북한에 반입됐는지는 알 수 없다. [사진 제공 = 미국 국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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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또 한 번의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북측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시설에 대한 폐기 검증을 위한 미국 측 사찰단 수용 의사를 밝혀 '검증'의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제2차 미·북정상회담 장소·개최 시점은 물론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수위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한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개가 만만찮다.

일단 2차 미·북정상회담 장소는 정치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북측은 방북했던 폼페이오 장관에게 '평양' 카드를 던졌지만 미국 측은 이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 후보지로 싱가포르가 아닌 3∼4곳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워싱턴으로 날아가는 것도 양측 모두 부담스럽다. 김 위원장 전용기인 '참매 1호'는 태평양을 건너본 적이 없다. 지난 6월 제1차 미·북정상회담 때처럼 김 위원장이 '에어차이나' 항공기를 타고 워싱턴에 도착하는 장면도 어색하다.

일각에서 판문점 등도 거론하고 있지만 회담 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분단의 상징성이 강한 장소는 현실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현재로서 회담 지역은 중립적 색채가 강한 '제3의 장소'로 결정될 개연성이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스위스 제네바나 스웨덴 스톡홀름 등 유럽 지역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분위기다. 제네바에는 북한 대표부가 주재하고 있어 회담 준비에 용이한 측면이 있다. 스톡홀름의 경우에는 이미 남·북·미가 참여하는 반관반민(1.5트랙) 대화가 수차례 이뤄진 적이 있고 있고 북측 대사관도 있다. 이들 지역은 유럽 지역에서 치안이 가장 안정돼 경호상 이점도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 검증과 관련한 세부 사항 조율도 진통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사찰단의 인원과 국적, 활동 기간과 범위 등에 제한을 가할 경우 제대로 '첫 단추'를 끼우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이 대체로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합의에 대해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물리적 검증을 넘어 기존에 이곳에서 이뤄졌던 6차례 핵실험에 대한 '신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다. 토양과 주변 식물 채취를 통한 분석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측이 주도할 사찰단에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등 국제기구가 참여할지를 두고도 양측 간 이견이 불거질 수 있다.

과거 영변 핵 사찰을 주도했던 올리 헤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이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하면서 "단순히 풍계리 핵실험장을 걸어 다니는 참관 정도에 그쳐선 안 된다"며 "북한이 어떤 핵물질을 사용하고, 어떤 설계의 핵무기와 부품을 실험했는지 등 이곳에서 행해진 모든 실험에 관한 '완전한 신고'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찰단은 각종 시료 채취와 함께 실험에 사용된 진단용 기구나 도구에 대한 확인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이노넨 전 차장은 이어 "첫 사찰부터 참관보다는 훨씬 기술적인 조건에 합의해야 할 것"이라며 "나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2차 미·북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측은 실무급 회담 성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장 풍계리와 동창리 시설에 대한 사찰을 위한 실무적 논의를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 동행했던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일단 북측 관계자들과 상견례를 했지만 정작 맞상대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는 만나지 못했다. 북측이 폼페이오 장관 방북 기간 중 최 부상을 중국·러시아로 보내 북·중·러 3각 연대를 과시하는 '변칙 플레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내 카운터파트(최 부상)에게 가능한 한 빨리 만나자고 초청장을 보냈다"면서 "특정 날짜와 장소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도 이른 시기에 실무 협상이 이뤄질 것을 예고해 이르면 다음주 협의할 수도 있다. 미·북 간 실무 회담이 열리면 당면한 제2차 정상회담 장소 선정과 풍계리·동창리 검증단 방북 관련 사항이 우선 논의될 전망이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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