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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단독] “북핵 탐지 수준 높이겠다” 울릉도 수십억 장비 4년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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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진 KINS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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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탐지 수준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울릉도에 설치한 국산 핵 탐지 장비가 제 기능을 못 한 채 4년간 방치되다시피 하다 최근 성능 검사를 이유로 회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013년 7월부터 2018년 4월까지 22억7500만원을 들여 핵 실험시 검출되는 물질인 제논을 탐지할 수 있는 ‘젬스(XeMS)’라는 장비를 개발했다. 그러나 원안위 감사 결과 젬스는 스웨덴 제논검출기의 핵심 기술과 부품을 모방한 것으로 드러나 기술 분쟁을 우려해 울릉도 배치를 미뤘다.

이후 2억4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들여 젬스 개량품을 만든 뒤 2020년 6월 울릉도 나리 분지의 군부대에 설치했다. 그러나 개량품은 별다른 결과 데이터를 내놓지 못했고, 국산화 정도에 대한 답변도 불명확했다. KINS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연구 부정행위 등으로 질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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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개발한 국산 제논탐지장비 젬스(XeMS)가 동해지역측정소에서 운영을 시작했다는 내용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지난 2020년 6월 페이스북 게시글. 사진 KINS 페이스북 캡처



이후 개량품을 자체검증한 KINS는 ‘연구 부정 행위 없음’ 등의 결론을 내렸으나, 성능 검사 결론을 못 내렸다. 국감을 3개월가량 앞둔 7월 젬스 개량품을 해체한 뒤 KINS 본원에서 성능시험을 다시 시작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대전경찰청 안보수사과는 6월 리베이트 혐의까지 열어두고 젬스 관련자 3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KINS 측은 “본래 이 장비는 성능 검증 전까지 공식 장비가 아닌 테스트용이었다. 울릉도에 핵 탐지 장비가 없어도 비상상황 시 현재 동ㆍ서부 측정소 외 기류 분석을 통해 최적의 장소로 이동식 제논 포집 장비를 긴급 투입해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준석 의원은 “지난해 9월 원안위 감사보고서에 명시된 제논탐지장비 울릉도 설치 목적을 보면 ‘핵실험 탐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동부ㆍ서부 외에도 추가로 동해에 배치하기 위한 제논탐지장비(이하 XeMS라 한다)를 제작하기로 정했다’고 돼 있다”며 “배치를 염두에 뒀는데 이를 테스트용이라 하는 건 명분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북한 핵 실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향후 활용 여부도 미지수인 탐지 장비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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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난 7월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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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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