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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단독] 병무청 직원 깜짝 놀래킨 머리속 1.5cm '문콕 쿠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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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에 스티로폼 붙여 키 늘리고…체중 불리려 2㎏ 점토까지


#1. 지난 2월23일 서울지방병무청. 병무청 직원은 징병검사를 받던 곽모(25)씨의 키를 재다가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정수리 부근이 상투처럼 튀어나왔던 것이다. 직원은 머리 속을 확인하곤 깜짝 놀랐다. 곽씨 정수리에 높이 1.5cm ‘문콕’ 방지용 쿠션(차 문에 붙이는 스티로폼)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키 177.6cm, 몸무게 54.1kg으로 마른 체형이었던 곽씨는 키를 1.5cm만 더 늘리면 사회복부요원(신체등위 4급)으로 분류되는 점을 노렸던 것이다. 결국 곽씨는 병역법위반으로 징역 7월에 집행유예 2년를 받고 이달중 현역으로 입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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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3일 서울지방병무청 병역판정 검사장에서 적발된 문콕 방지용 쿠션. 병무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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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를 1.5cm 가량 높이기 위해 머리 속에 문콕 방지 쿠션을 숨긴 곽모씨. 병무청 제공




#2. 2015년 3월13일 광주지방병무청. 양쪽 허벅지를 붕대로 감은 양모(25)씨가 병역법 위반으로 현장에서 적발됐다. 붕대 안에 2.1㎏ 짜리 지점토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양씨는 “몸무게를 2㎏ 정도만 더 늘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려 했다”고 자백했다. 양씨는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병무청이 9일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에게 제출한 ‘병역면탈 적발현황’에서 드러난 엽기적인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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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 대전 중구 대흥동 자유한국당 시당에서 열린 '병역기피 의혹 검증제보센터' 현판식에서 한국당 관계자들이 허태정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의 병역 면제 의혹 해명을 촉구하며 허 후보의 군 면제 사유인 발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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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은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 지수(Body Mass Index)를 기준으로 신체 등위(1~6급)를 정한다. 병역기피자들은 키를 기준으로 지나치게 과체중이거나 저체중이면 현역 입대(1~3급)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징병검사 당일 알로에 음료를 많이 마시는 수법 등으로 보충역(4급) 처분을 받은 서울대 성악과 학생 12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알로에 알갱이의 무게가 체중에 반영되도록 한 것이다. 이들은 고의로 체중을 늘리기 위해 단백질 보충제도 함께 복용했다.

무릎을 슬쩍 굽혀 키를 140.0㎝ 이하가 되게 해 군면제 판정을 노린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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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로 체중을 늘려 현역병 판정을 피한 서울대 성악전공자 12명이 적발됐다.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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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불법으로 군대를 안 가려다 적발된 사례는 총 242건이다. 43건(2014년)→47건(2015년)→53건(2016년)→59건(2017년) 등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는 7월 현재 벌써 39건이나 적발됐다. 수법은 고의 체중(키 포함) 조절이 8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신병 위장(55건), 문신(50건), 학력 위조(15건) 순이었다.

신체 일부를 훼손해 병역을 기피하는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유모씨는 종아리와 허벅지에 있는 뼈를 늘려 키를 키우는 수술을 한 뒤 ‘하체가 불편하다’며 후유증을 가장해 장애인으로 등록했다. 이어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니 기존 병역 처분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하다 범행이 들통났다.

병무청 관계자는 “발기부전제 주사를 놓은 뒤 양쪽 고환을 제거하거나 불필요한 척추 수술로 병역을 면탈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는 만큼 전문인력과 장비를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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