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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규제 막힌 승차공유 新사업서 활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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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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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정부 규제와 택시 업계 등 이해관계자 반대에 부닥쳐 발목이 묶여 있던 차량호출, 승차공유 같은 운송 서비스들이 규제를 우회해 다시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공유 기업 '쏘카'의 자회사 'VCNC'는 지난 8일 '타다'라는 이름의 차량호출 서비스를 출시했다. 승객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면 11인승 승합차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운송 서비스다. VCNC는 데이터 기반 배차로 기존 택시의 한계로 꼽혀 온 출퇴근·심야 시간 승차난을 해소하고 운전기사 교육·검증을 통해 안전한 운송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요금은 동일 거리 기준으로 택시보다 약 20% 비싼 수준이다.

타다는 승객이 호출하는 순간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차량이 배차되는 '바로배차' 시스템을 도입해 승차 거부가 일어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승객이 많은 시간대엔 운행 차량 수를 평소보다 늘리고 그렇지 않을 때엔 줄여 운영을 효율화했다. 운전기사 모집 시 범죄 이력을 조회하며 운전자 매뉴얼을 만들어 운전과 승객 대응 교육을 실시한다. 박재욱 VCNC 대표는 "타다의 미션은 이동을 더 정직하게, 더 편안하게,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다의 서비스 형태는 기사가 포함된 렌터카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요금에 '운전 비용'과 '자동차 대여 비용'을 함께 포함한다.

자가용 차량 운전자가 출퇴근 시간에 다른 사람을 태워주는 카풀 형태 승차공유 서비스도 새롭게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 2월 승차공유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중으로 카풀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위츠모빌리티도 이달 중순 '어디고'라는 승차공유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풀러스, 럭시 같은 스타트업들이 운영하던 승차공유와 동일한 형태다.

관건은 새로운 사업들이 관련 규제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다. 타다 같은 기사 포함 렌터카나 어디고 같은 카풀은 관련 법령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운수법)상 서비스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렌터카에 운전자를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여객운수법 시행령상으로 11~15인승 승합차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차량 비용이나 유지비 측면에서 비교적 사업성이 떨어지지만 타다가 승용차가 아닌 승합차를 이용한 것도 규제를 준수하면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함이다.

한편 관련 모빌리티 스타트업 업계는 최근 열린 기획재정부와의 간담회에서 기사 알선이 허용되는 차량을 6인승까지 확대해 달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이 같은 요구를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11~15인승 차량 허용 역시 꾸준히 제기돼 온 규제 완화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였고 그 이상으로 규제를 풀면 면허제로 운영되는 택시와 다를 바가 없어져 운수사업 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면허제 안에서 운영하는 것이 제도의 연속성을 위해 바람직하다"며 "등록제로 운영되는 렌터카에 운전자 알선이 가능한 범위를 무제한으로 늘려주면 면허제인 택시를 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카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행법은 영업용으로 등록되지 않은 자가용 자동차를 이용해 돈을 받고 사람을 태워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역시 여객운수법상 예외 조항으로 '출퇴근 때'에 한해 이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풀러스의 경우 지난해 11월 다양한 근무 환경에 맞춰 일반적인 출퇴근 시간이 아닌 24시간 중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카풀을 할 수 있도록 한 '출퇴근 시간' 선택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서울시가 위법이라며 고발을 시사했다. 럭시도 지난해 5월 소속 운전자 80명이 여객운수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택시업계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 4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노사 4단체는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카풀 반대 집회를 열었다. 타다 출시 소식에도 곧장 규탄 성명서를 통해 "일반인을 고용한 유사 택시와 다를 바 없다"며 "불법 여객운송(중개·알선)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택시 4단체는 11일과 18일에도 연이어 판교와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 같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택시가 해소하지 못하는 소비자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발생한 택시 호출이 약 20만5000건이었지만 배차 가능한 택시는 약 3만7000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인 박 모씨(30)는 "단거리 운행이 택시기사들에게 손해라면 특정 시간대에 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등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국토부의 소극적 자세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관련 문제 해결에 힘써 온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6일 열린 4차위 기자간담회에서 "규제를 직접 담당하는 국토부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며 "국민 편의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습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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