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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거침없는 이해찬의 '입'...해명 바쁜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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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방북 중 ‘국가보안법 개정’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10.4선언 11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남북 평화체제를 근거로 국보법 전면 재검토 필요성을 공개 거론한 것이다.

야권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소신이라 해도 때와 장소를 가려 말해야했다"며 "국보법 폐지를 상사에게 보고하듯 말해 유감"이라고 했다. 그간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공조를 약속했던 바른미래당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당 최고위원인 하태경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해찬 대표는 북한에 갈 때마다 사고를 하나씩 치고 돌아온다"며 "국보법을 북한에 가서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큰 실수"라고 혹평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당장 뭘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남북의 법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 것"이라며 "남북 화해협력과 통일에 걸림돌이 되는 법과 제도를 함께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정권 빼앗겨 남북관계 단절"...민감 이슈도 ‘거침없는’ 발언

방북 중 발언이 문제가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한 지난달 19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에서 "6.15 정상회담을 하고 나서 노무현 대통령때까지 잘 나가다가 우리가 정권을 빼앗기는 바람에 지난 11년 동안 남북관계가 단절이 돼 여러가지 손실을 많이 봤다"고 했었다. 야당에선 "과거 남북관계가 어려워진 책임은 전적으로 핵 도발을 자행한 북한에 있는데, 이 대표가 국민을 모욕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공개석상에서 직설적인 화법도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공개토론 제안에 대해 "‘출산주도성장’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하고는 토론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출산주도성장’을 주장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을 정면으로 지적한 발언이었다. 다만 당시 회의를 지켜보던 당 관계자들은 이 대표의 직격탄에 다소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취임 직후부터 정부 또는 야당과 조율되지 않은 굵직한 이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취임 나흘만에 ‘종합부동산세 강화’ 카드를 꺼낸 데 이어 122개 공공기관 지방이전 재검토 및 세종시 국회 분원 문제도 재점화했다. 갑작스런 발표에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집권당 대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이슈를 선점한다는 평이 나왔지만, 동시에 ‘협치’를 약속한 여당 리더십이 거듭 ‘불씨’를 자처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전당대회 당시 발언이 뒤늦게 보도돼 여론이 ‘발칵’ 뒤집힌 적도 있다. 이 대표가 전북당원 간담회에서 "새만금 국제공항을 건설하려면 지반이 약한 탓에 파일항타 공정 등으로 공사비가 많이 소요된다", "가까운 무안 국제공항을 이용하면 된다"는 등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대신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지역 내 반발 여론이 쏟아지자, 이해식 대변인은 "새만금 공항은 화물 수송 기능을 먼저 수행하고, 그동안의 여객 수송은 무안공항을 이용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수습에 나섰다.

◇야권 등진 ‘보수궤멸’ 이어 ‘장기 집권론’으로 잇단 충돌

과거 ‘보수 궤멸론’으로 야당의 비판을 받아왔던 이 대표의 ‘장기 집권론’도 때마다 야권과의 충돌을 야기한다. 그는 전당대회 당시부터 ‘20년 집권론’을 내세운 데 이어, 지난달 18일 민주당 창당 63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 민주당이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며 "민주당만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유일한 기둥"이라고 했다. 지난 5일 방북 당시엔 북측 정치인들에게 "우리가 정권을 빼앗기면 또 (남북 국회회담을) 못하기에 내가 살아있는 한 절대 정권을 안 빼앗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고 말해 야권의 비난을 샀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이해찬 대표가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비치는 발언을 왜 자꾸 내뱉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익표 대변인은 "정당의 목표는 정권 획득에 있는데 이 대표가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걸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야당은 정권을 내주는 것이 목표인가"라고 했다.

◇이해찬 "국보법? 평화협정 맺는 단계 이야기"

이와 관련, 이 대표는 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가보안법을) 폐지, 개정한다고 얘기한 게 아니다"라며 "대립과 대결 구조에서 평화공존 구조로 넘어가는데 그에 맞는 제도나 법률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국가보안법도 그중에 하나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북미 간 대화가 완전히 이뤄져서 평화협정을 맺는 단계가 돼야 제도 개선 얘기를 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먼저 얘기하면 본말이 전도된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살아있는 한 절대 정권을 안 빼앗기게 마음먹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전당대회 때 20년 집권론을 얘기했는데 제가 (앞으로) 20년 살겠어요"라고 반문했다. ‘장기 집권론’에 대한 야당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해명인 셈이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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