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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박진규 지역병원협의회 공동회장 "여관비로 호텔급의료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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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병상이하 중소병원 단체…"간호등급제 손봐야"

뉴스1

박진규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공동회장./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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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정부 의료정책은 여관비를 주고 5성급 호텔에 준하는 의료 서비스를 주문하는 꼴이다. 비용을 올리거나 서비스를 낮추지 않으면 중소병원은 살아남기 어렵다."

박진규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공동회장(평택 PMC박병원 이사장)은 9일 서울성모병원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열린 창립총회 직후 <뉴스1>과 만나 "중소병원 상황은 사생결단을 내려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병원들이 의원급 의료기관과 대형병원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재정적·정책적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박 공동회장은 "중소병원은 지역에 전문진료와 응급의료를 제공하는데 크게 역할을 했다"며 "그런 노력에도 정부 의료정책으로부터 소외와 차별을 받아 지역병원협의회를 창립해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대한병원협회와 중소병원협회가 있는 만큼 지역병원협의회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제3의 병원단체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역병원협의회에는 병상수가 300개 이하인 중소병원 300여곳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박 공동회장은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들의 문제점은 거의 차이가 없다"며 "간호등급제로 인한 간호사 구인난, 까다로운 시설규제로 인해 수입이 감소해 벼랑 끝에 몰린 병원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 대형병원을 제외한 지역병원에는 간호사를 구하기 어렵다"며 "각종 규제로 중소병원이 폐업하면 지역 의료시스템과 상권이 함께 무너져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공동회장은 창립총회에서 숙원사업으로 제시한 간호등급제 폐지에 대해 "실현되기 어려운 제안이라는 것을 안다"며 "현행 제도를 바꾸거나 보완하지 않으면 중소병원이 살아남기 어려워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병원들이 간호등급 5등급을 받을 때까지 간호조무사를 간호인력으로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정부와 협상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간호등급제(간호관리료 차등제)는 입원환자당 간호인력을 1~7등급으로 나눠 등급에 따라 입원료 수가를 더 올리거나 내려 지급하는 제도다. 1등급이 가장 높고 7등급이 가장 낮은 등급이다. 5등급 이상을 받은 병원은 기준 간호관리료(6등급)의 10~70%를 가산해준다. 반면 7등급은 간호관리료가 5% 깎인다. 간호사를 많이 채용해야 높은 등급을 받는 구조다.

박 공동회장은 "중소병원 시설규제를 풀기 위해 정부와 협상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스프링클러 설치와 수술실 등 각종 시설규제 기준이 대형병원과 동일해 중소병원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환자 안전을 위한 안전설비는 필요하지만 중소병원들의 사정이 어려운 만큼 정부 보조금과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공동회장은 "지금처럼 대학병원에서 감기환자나 단순 외상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의료전달체계 취지에 맞지 않아 개선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료전달체계는 의원과 병원·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으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중증환자를 치료하며 더 많은 의료수가(의료서비스 대가)를 받는다.
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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