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감독원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시중 은행 4곳(KB국민, 신한, 우리, 농협)은 최근 5년간(2·4분기말 기준) 351곳의 점포를 없앴지만 임차료로 지불한 비용은 132억600만원 늘었다. 시중은행 중 KEB하나은행은 2015년 외환은행과 합병하면서 타 은행과 동일한 기준의 수치를 파악하기 힘들어 집계에서 제외했다.
금감원이 2013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파악한 시중은행 지점수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1193곳에서 1053곳, 신한은행은 938곳에서 872곳, 우리은행은 991곳에서 880곳, 농협은 1184곳에서 1150곳으로 일제히 지점수가 줄었다. 1개 은행이 평균적으로 폐쇄한 지점만 88개에 달하는 셈이다.
하지만 판매관리비중 임차료로 지출된 비용은 4개은행 기준으로 2013년 2분기 2029억3300만원에서 2018년 2분기 2161억3900만원으로 오히려 132억600만원증가했다.
각 은행의 임차료를 지점수로 나눠 계산한 지점 1개당 평균 임차료를 살펴보면 4개 은행이 5년사이에 매분기 3500만원을 더 지출해야했다. 2013년 2·4분기 KB국민은행은 5400만원의 임차료를 냈지만 2018년 2·4분기에는 5800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은 6700만원에서 7400만원으로 올랐으며 우리은행은 4600만원에서 7200만원이 늘어 가장 큰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농협은 2500만원에서 2300만원으로 줄어 4대 은행중 유일하게 임차료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임차료의 대부분은 지점 월세인데 상가 월세들이 워낙 오르다보니 지점을 줄여도 임차료 지출이 늘어난 것"이라면서 "지점을 없앨때는 보통 수익성이 낮은 곳을 없애다보니 남는 지역들은 대체로 월세가 비싼 곳들"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상가 임대료는 2016년 1·4분기 2만9100원(㎡당)에서 2017년 3·4분기 3만3700원으로 올랐다.
은행들의 월세 지출은 늘고 있지만 은행을 세입자로 반기지 않는 분위기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안정적인 월세 수입을 보장하는 세입자로 대접받던 시대는 끝난 것이다. 보증금을 적게 내고 월세를 많이 내는 다른 업종과 달리 은행들은 40~50%를 보증금으로 걸고 월세를 적게 내는 탓이다. 영업시간이 지나면 문을 닫는 탓에 상권이 활기를 잃는 것도 건물주들이 꺼리는 중요한 이유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수년전부터 1층 대신 2층 점포를 찾는 경우가 많다. 상가 월세의 경우 통상 2층은 1층보다 40~50%가량 저렴하다.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는 지난해 2층으로 자리를 옮긴 신한은행 명동지점이다. 이 지점은 50년간 한곳에서 영업을 하며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지만 수익성을 위해 1층 자리를 내줬다. 해당 건물은 신한은행 소유로 신한은행은 자사 점포를 2층으로 옮기는 대신 1층에 세입자를 들여 임대수익을 버는 길을 택했다. 현재 이 자리에는 신한은행 자동화기기(ATM) 코너와 함께 베이커리 전문점이 성업중이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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