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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GE 위기,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 및 시장 변화 예측 실패가 원인" -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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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이 기사는 10월 9일 오전 10시00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126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제네럴 일렉트릭(GE)가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주 로렌스 컬프를 새로운 CEO로 임명한 가운데, 새 리더와 GE를 둘러싼 기대감과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각) GE의 위기 원인을 분석하며, GE가 내리막 길을 걷게 된 두가지 원인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및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점을 꼬집었다.

몇 해 전 GE는 프랑스 알스톰의 에너지 사업부문을 인수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알스톰의 에너지 사업부문은 프랑스 산업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인 '크라운 주얼(crown jewels)'로도 꼽히는 유망한 사업으로, 알스톰 인수를 둔 프랑스 정부와 GE의 기 싸움은 몇 달간 이어졌다. GE의 임원들은 파리에 머물면서,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인수사업을 확정 짓기 위한 전략 짜기에 돌입했다.

당시 프랑스 경제장관이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GE의 사업개발 부문 부사장이었던 존 플래너리간에 알스톰 에너지사업 인수를 둔 중요한 협상들이 오갔다. 그리고 GE는 2015년 11월, 독일의 지멘스를 비롯한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프랑스 정부로부터 인수 허가를 받아 알스톰 에너지 사업부문을 101억달러(약 11조4160억원)에 인수했다.

알스톰 에너지 사업 인수 성공의 공신에는 존 플래너리 외에도 스티브 볼즈 GE 전력부문 대표와, 제프 이멜트 전 CEO가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현재 GE에 남아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잭 웰치를 뒤이어 2001년부터 GE를 이끌었던 이멜트는 지난해 GE를 떠났다. 이멜트의 공석을 플래너리가 채웠지만 얼마 전 취임 14개월 만에 경질되며 GE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재임한 CEO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이멜트의 뒤를 이어 유력한 차기 CEO로 거론되기도 했던 볼즈는 플래너리가 CEO 자리를 차지하게 된 지 이틀 후 GE를 떠났다.

그리고 바로 지난 1일 GE는 자사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리더로 로렌스 컬프를 선임했다. 컬프는 미국의 산업·의료기기 회사인 다나허(Danaher)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GE는 컬프의 선임과 함께 전력 부문에서 230억달러 규모의 영업권을 상각 처리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플래너리 전 CEO는 지난해 그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GE가 알스톰 인수 사업을 포함한 사업 과정에서 "매우 낮은 가격"으로 인수하는 게 가능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도 했다.

당시 GE가 알스톰 인수를 결정짓게 된 데는 자사의 전력 설비 부서를 세계적인 경제력을 확보한 부서로 만들겠다는 GE의 야심 찬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2년 뒤 알스톰 인수는 GE에게 독이 되어 돌아왔으며, GE는 이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멜리우스리서치의 스콧 데이비스 분석가는 "GE의 전력 사업이 죽음의 문턱에 와 있다. (전력 사업을 개선하기 위해서) 회사 전략에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FT는 GE의 전략적 실수가 알스톰 인수 단 하나만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알스톰 인수는 GE가 갖고 있는 두가지 결점을 상징한다고 꼬집었다. 바로 M&A(인수·합병)를 통한 무차별적인 사업 확장과 변화하는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 두 가지다. 이어 FT는 이런 모든 원인들이 합쳐져 한때 미국의 3대 주가지수인 다우존스 산업평균존스가 출범할 당시 원년 멤버 중 하나였던 GE가 지난 2000년 이후 시가총액의 80% 이상을 잃는 등 각종 악재에 휩싸이게 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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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웰치 미국 제네럴 일렉트릭(GE) 전 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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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이 되어 돌아온 잭 웰치의 성공 전략

GE의 성공 신화를 이끈 인물은 단연코 잭 웰치다. 1981년부터 약 20년간 GE의 CEO로 군림한 잭 웰치는 GE를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탄생시켰다. 하지만 웰치의 경우 모든 일의 해결책으로 인수합병을 내놓았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웰치가 GE를 이끌던 당시 인수 합병은 기업에 '이기는 공식'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잭 웰치가 GE를 이끄는 동안 GE의 주가는 50배 넘게 뛰어올랐다. 투자자들 역시 웰치의 능력을 신뢰했으며, 투자자들의 신뢰는 웰치가 더 많은 거래를 성사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웰치는 인수합병으로 회사의 몸집을 키웠으며, 웰치가 퇴임할 당시 GE는 엔터테인먼트부터 항공, 플라스틱 그리고 보험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대기업으로 변해 있었다.

웰치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넘겨받은 이멜트는 웰치의 문어발식 경영에서 벗어나 회사를 간소화하는 긴 여정을 시작했으나 결국 인수합병을 단행하며 인수합병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일부는 GE에 성공을 안겨다 주기도 했으나, 일부 사업은 GE에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016년 대형 유전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를 인수해 석유가스사업부와 합병키로 한 발표도 그 중 하나로 꼽힌다.

알스톰 인수 건의 경우 상황은 나아 보였다. GE 내부 임원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알스톰 인수가 GE에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제프 본스타인도 GE의 인수합병 역사상 알스톰 인수를 단행했을 때 보다 상황이 더 좋았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GE는 알스톰의 전력 사업뿐 아니라 그리드사업도 인수했다. 알스톰의 그리드 사업이 갖고 있던 기술은 전 세계 석탄과 가스, 원자력 발전소 4곳 중 1곳이 사용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다. 이에 GE는 향후 수십년간 인수 합병으로 인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FT는 만약 GE가 알스톰 인수를 10~20년 전에 성사시켰다면 거래 성사에 힘입어 GE가 성공 가도를 달렸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제는 GE가 전력사업의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GE가 알스톰을 인수한 뒤 풍력과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가스와 석탄화력발전소 의존해온 GE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한 GE의 실수가 GE를 내리막길을 가속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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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컬프 미국 제네럴 일렉트릭(GE) 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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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 분야 축소' 역시 쉽지 않아

FT는 GE 사업이 침체하는데도 경영진들이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 스티브 볼즈 GE 전력부문 대표는 그 해 전력부문에서 수입이 1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볼즈 대표의 예측과는 반대로 2017년 GE의 주가는 45%나 폭락했다. 여기에 GE의 가스터빈 사업의 경쟁력은 라이벌인 일본의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스에게도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가 커지자 플래너리는 경비 절감을 위해 움직였다. 지난해 12월 그는 전력부문에서만 1만2000개의 일자리를 삭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러 지역 중에서도 특히 프랑스에서의 인원 감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멜트 전 CEO가 알스톰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에 2018년 말까지 일자리를 1000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약속했기 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경영권을 물려받은 로렌스 컬프는 플래너리의 뒤를 이어 사업의 간소화에 대해 지지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GE가 갖고 있는 유전사업업체인 베이커휴즈의 지분 및 헬스케어 사업 등을 매각할 경우 GE에는 항공 사업과 126년 전 처음 시작한 전력 사업만이 남게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GE의 계획이 타당하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GE를 지탱하는 전력부문이 지금처럼 저조한 실적을 낼 경우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지난 1일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GE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했다.

연이은 위기로 다급해진 투자자들은 GE에 급진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동투자펀드재단(CIFF)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컬프에 가스와 석탄 사업이 아닌 클린 에너지 사업에 주안점을 둘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다른 투자자들 역시 가스와 석탄화력 발전소는 앞으로 몇십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나 리스크에 비해 이익이 적고,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GE가 발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금 GE에게 필요한 것은 혁신적인 변화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한 검토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FT는 GE의 지휘봉을 넘겨 받은 컬프가 과거 다나허에 재직 중일 당시 기업을 성공가도로 이끈 방식이 잭 웰치의 방식과 닮은 꼴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어 이번에는 과거와 같은 전략을 그대로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컬프에게 닥칠 험로를 전망했다.

saewkim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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