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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지하철 성형외과 광고에 내 얼굴이” 우울증 걸린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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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소액재판 톡톡]

모델이 얼굴 사용 동의했어도

사회통념상 허락한 범위 넘어

사용기간과 범위 설명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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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김아무개씨는 올해 초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얼굴 사진이 서울 강남 지하철 7호선 청담역에 걸려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2013년부터 필러, 얼굴 지방이식 시술을 받으러 이용하던 한 성형외과 원장이 낸 병원광고였다.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밀집한 이곳에 김씨 얼굴이 ‘성형 성공사례’로 전시되자 주변에서 연락이 빗발쳤다. 얼굴을 드러내는 모델이 직업인 김씨로서는 우울증이 생길 정도로 충격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성형외과 원장을 상대로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소송에선 양쪽이 2013~15년 세 차례 맺은 계약서 문구가 문제가 됐다. 계약서에는 “어떤 매체(인터넷 신문 잡지 등)”에, “글과 그림 또는 전체나 일부”에 대한, “사용 및 배포 방법, 그리고 국적에 관계없이 사진을 사용할 권리 일체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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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쪽은 계약서의 ‘어떤 매체’에 지하철 광고판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병원 내부광고에 동의했을 뿐, 지하철역에 대문짝만하게 걸라고 허용한 적 없습니다.” 이어 2013년부터 5년간 광고가 사용된 데도 문제를 제기했다. “1년 정도라고 생각했지, 5년간 허락 없이 무단사용하는 게 말이 되나요?”

반면 성형외과 쪽은 ‘어떤 매체’는 지하철 광고판이나 에스엔에스(SNS) 등을 포함한 ‘모든 매체’라는 의미라고 맞섰다. 또 김씨가 2014~16년 필러 시술 등을 무료나 싼 값에 받은 것도 근거로 댔다. ‘모델’로 활용하는 데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특급 할인해 줄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였다.

반년 넘은 공방 끝에 판사는 일단 김씨에게 다소나마 보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불특정 다수인이 통행하는 지하철역사 대형 광고판에 원고 사진을 게재한 것은, 사회통념상 원고가 허락한 초상권의 범위를 넘는 것”이라는 취지다. ‘대가’로 무료시술을 해줬어도 타인의 얼굴 사진을 광고 목적으로 이용할 때는 사용 기간과 광고범위를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줬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판사는 김씨가 자신의 얼굴을 사용하는 데 동의한 점을 고려해 위자료는 100만원(청구금액 2000만원)으로 제한했다. 양쪽 모두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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