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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이해찬 "공직생활중 경제 잘 돌아간다는 말 들어본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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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黨政靑 회의 발언 논란

野 "경제지표 최악으로 가는데 국정 책임진 與대표가 할말이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열린 당·정·청(黨政靑) 회의에서 "경제 문제는 어렵다"며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얘기를 제가 지금까지 공직생활하면서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경제가) 어렵지만 경제부총리가 여러 가지 노심초사하면서 대처하고 있어 잘 극복할 것"이라고 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표는 국무총리와 교육부 장관, 7선(選) 의원을 지내며 30년 가까이 공직과 정치인 생활을 병행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제는 다루기 어려운 영역이니 잘 챙겨야 한다는 원론적 발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李총리 안내받는 李대표 - 이낙연(왼쪽에서 둘째)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이해찬(왼쪽에서 셋째) 더불어민주당 대표 팔을 잡고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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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야권에서는 "실물경제와 지표 모두 최악으로 가고 있는데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 대표가 할 말이냐"며 "전(前) 정권 탓으로 부족한 모양"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성장 잠재력이 매우 낮아져서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는 말도 했었다.

이날 당·정·청 회의는 이낙연 국무총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더구나 오는 12일 '9월 고용동향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고용 동향이 발표될 때마다 정부·여당은 '일자리 정책 실패'의 책임론과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철회' 요구에 시달려왔다. 특히 9월 고용 동향 발표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이번 역시 고용 지표가 충격적으로 나올 개연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나온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 브리핑도 그런 기류를 반영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빠른 시일 내에 단기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총리실 중심으로 전 내각이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 대표 발언을 두고 "경솔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고용 악화와 부동산 폭등, 자영업 붕괴로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이라며 "무거운 책임을 가진 집권 여당 대표의 발언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른 한국당 의원은 "이 대표가 과거 국무총리 시절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면 '경제지표부터 보라'고 쏘아붙였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이승훈 부대변인은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은커녕 항상 경제가 안 좋았으니 정부 탓하지 말고 참고 살라는 황당 발언에 국민 시름만 깊어간다"고 했다. 야권에서는 "정부가 '우리 경제가 상반기 2.8% 성장했고 누적 수출이 역대 최고'라고 자랑했던 게 불과 지난달인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규제 혁신 법안(지역특구법·산업융합촉진법·정보통신융합법)의 공포안을 의결하면서 "이로써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 혁신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라며 "법안을 통과시킨 여야 간 합의에 감사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물론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들을 위한 좋은 규제도 있으니 조화로운 선택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규제 혁신 법안 통과 과정에서 시민단체 등 지지층의 반발이 거셌던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은산 분리 완화 특례법과 관련해선 "특례법의 경우 대주주 자격 요건을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으므로 은산 분리 기본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시행령을 법 취지에 맞게 잘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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