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글날]
K팝 바람 타고… 美서 중국·독일어 수강 급감, 한국어 65% 급증
프랑스에선 한국어를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는 학교뿐 아니라 수강생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한국어 과목이 개설된 초·중·고교는 모두 17개교. 그중 고등학교가 15곳을 차지한다. 작년부터는 프랑스 대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의 선택 과목에도 한국어가 채택됐다.
한국학과를 개설한 대학교도 4곳에서 올해 6곳으로 늘었다. 한국학과 입시 경쟁률은 10대1을 웃돈다. 올해 9월 파리7대학 한국학과는 정원 130명에 1412명, 국립동양어대학 한국학과에는 정원 150명에 1360명이 지원했다.
K팝 인기를 업고 한국어가 글로벌 언어로 부상하고 있다. K팝 스타들의 해외 공연 때 외국인 팬들이 한글 노랫말을 동시에 따라 부르는 것은 이제 흔한 모습이다. 이들이 한글 노랫말을 따라 부르면서 한국어 학습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신시내티에서 온 줄리(22)는 지난 6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의 4만여 명 관객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방탄소년단 한국 가사를 영어로 소리 나는 대로 받아 적고 따라 하다가 온라인 한글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외국어 수강생 추이를 보면 '한국어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 미국현대언어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09년에서 2016년 사이 미국 대학에서 중국어(-11%), 독일어(-16%), 일본어(-5%) 등 대부분의 외국어는 수강자가 줄었다. 한국어만 같은 기간 유일하게 65%가 늘었다.
영국 BBC방송도 최근 "2013년에서 2016년 사이 미국 대학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학생 수가 전반적으로 줄었으나 한국어만 14%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2016년 한국어 수강자 1만4000명은 스페인어·프랑스어·독어·이탈리아어·중국어·아랍어·라틴어·러시아어 수강자 다음으로 많았다. 한국어가 세계 10대 외국어가 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미국과 유럽 각국 대학에선 한국학과를 만들거나 한국어 강좌를 속속 개설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베를린자유대·함부르크대·본대·튀빙겐대 등 6개 대학에 한국학과가 설치돼 있고, 하이델베르크대·쾰른대·라이프치히대 등 9곳에서 한국어 교양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모두 역사가 깊은 독일 유수의 대학이다.
영국 런던대학 연합을 이루는 SOAS(동양·아프리카학)칼리지의 한국학과는 한 학년 정원이 40명인데, 4대1의 입학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2016년 한국학과를 만든 영국 중서부 센트럴랭카셔대는 첫해 지원자가 100명을 넘어서자 학교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다. 개설한 지 수십년 된 중국학과, 일본학과 지원자가 매년 20~30명에 그쳤던 것과 뚜렷하게 비교됐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436년의 역사를 가진 명문대인 에든버러대학도 한국학과를 개설하기로 해 영국 내 한국학과를 만든 대학이 4개로 늘어난다.
세계 최대 규모 온라인 외국어 학습 사이트 듀오링고(Duolingo)는 급속한 수요 증가로 인해 작년 한국어 과목을 새로 개설했다. 개설하자마자 수강생이 2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학생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어 연수를 받으려고 입국한 사람들은 3만명으로, 일반 유학생(2만8000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전 세계한류학회 회장)는 "한류 소비자들이 단순히 콘텐츠를 좋아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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