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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文이 점찍은 '두 일산 아지매' 81학번 운동권 김현미·유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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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많은 부동산·교육 짊어진 두 일산 아지매

문 대통령이 점찍은 장관 1순위였다는데 …

[서소문 포럼] 김현미와 유은혜
중앙일보

신용호 정치국제에디터


2015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로 당선됐다. 2012년 대선 패배 후 26개월 만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선 후 다음날 첫 인사를 했다. 비서실장에 김현미, 대변인에 유은혜였다. 두 사람은 당시 친문도 아니었고 대통령과 이렇다 할 인연도 없었다. 김현미는 전북 정읍 출신으로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오래 정치를 했던 그저 범친노 정도로 분류됐다. 서울 출신의 유은혜는 김근태(GT)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GT직계였다.

그랬던 두 사람이 3년여 후 내각에서 요직을 차지했다. 교육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청와대 소식이 밝은 민주당의 한 중진은 “김현미와 유은혜는 원래 장관 1순위였다. 문 대통령이 하고 싶어했던 인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각 때 김현미에겐 국토부를 맡겼지만 김상곤(전 교육부총리)과 도종환(문체부 장관)에 미리 자리를 약속하는 바람에 유은혜를 기용할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설적인 김현미와 유한 유은혜는 성격이 참 다른 것과 달리 공통점이 많다. 일단 81학번 운동권 출신으로 62년생 동갑이다. 정치권엔 김현미가 빨리 들어왔다. 김현미는 연세대 정외과 시절 아버지가 데모를 못 하게 집에 가두면 슬리퍼를 신고 담을 넘었다고 한다. 노동운동을 잠시 하다 87년 DJ가 창당했던 평민당 당보기자가 돼 정치권과 인연을 맺는다.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이 되면서 5년여를 ‘김부’(김 부대변인의 약칭)로 지냈다. 그런 후 배지는 2004년 4월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단다. 이 무렵 유은혜와 만난다. 성대 동양철학과 출신인 유은혜도 노동운동을 했다. 1996년 김근태를 도우려 민주당에 입당했고 2004년 총선 직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이 되면서 김현미와 일한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정동영(DY)과 김근태가 양대 계보였는데 김현미는 그땐 DY계였다. 사이가 껄끄러울 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그렇진 않았다. 유은혜도 그 뒤 6년여를 부대변인으로 일했다.

나는 2004년 총선을 전후해 열린우리당을 출입하며 두 사람을 봤다. 김현미는 기자와 대화를 하다 권할 일이 있으면 “~~좀 해”라며 ‘닦달’을 했고 유은혜는 “~~좀 해주지”라며 ‘부탁’을 했다. 그래도 때론 닦달이 정감 어린 적도 있었다.

중앙일보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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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사이도 남다르다. 과거 인연도 인연이지만 지역구가 바로 옆이기 때문이다. 유은혜가 고양시병 재선 의원이고 김현미는 고양시정 3선 의원이다. 공약도 같이하고, 서로 손잡고 선거를 치러 2012·2016년 연거푸 당선됐다. 그 동네에선 ‘일산 아지매’가 별명이다.

이제 궁금한 건 두 사람이 장관으로서 어떤 성적표를 남길지다. 김현미는 여권이나 관가에서 평이 좋은 편이다. 국토부 내부에선 “국회를 상대로 협의할 때 장관이 힘든 일에 앞장선다”는 말이 나온다.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할 정도로 강단도 보인다. 물론 임대주택사업자 문제를 놓고 잡음도 있었고 BMW 화재 대처가 지나쳤다는 비판도 받았다.

문제는 유은혜다. 청문회를 거치며 상처가 많아졌다. 딸의 위장전입은 교육 수장으로선 부끄러운 일이다. 다음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을 못해 1년 2개월짜리 장관이 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낳았다. 첫 단추부터 어그러진 유은혜에게 해법은 있을까. 사실 교육부장관이란 자리는 서울대 출신이나 총장·교수 출신들의 전유물이었다. 국회 상임위 외에 교육 관련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비전문가’를 발탁한 이유는 뭘까. 유은혜는 여기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우선 문 대통령은 여성 정치인을 크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여성 장관 30%를 공약했고 그 혜택을 받은 게 분명하다. 여기다 교수·관료보다 장관에 정치인을 선호하는 문 대통령의 직관이 유은혜·김현미를 불렀다. 여권 고위 인사는 “문 대통령이 전문성만 갖춘 이들이 내각에 들어와 아집에 갇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김상곤 전 부총리가 그런 경우였다. 특히 부동산이나 교육처럼 갈등이 많은 부서엔 소통할 줄 아는 정치인을 기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유은혜에게 기대하는 게 바닥에서부터 익힌 정무 감각과 갈등 조정 능력이란 거다. 부동산 전문가가 아닌 김현미 케이스를 잘 봐야 한다. 반면교사할 부분을 포함해 말이다. 임기와 관련한 의구심도 빨리 털어버려야 한다. 그가 최근 가까운 인사에게 “장관을 계속할 수 있다면 다음 총선은 안 나갈 수 있다”는 뜻도 비쳤다 한다. 그게 진심이라면 당장 이 문제부터 정리하는 게 최선일 거다. 유은혜는 문 대통령이 “협치를 포기했다”는 야당의 반발을 감수하며 임명을 강행한 경우다. 50대 최초 여성 부총리란 명예가 큰 만큼 그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신용호 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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