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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연휴엔 쉬어야죠"…취준생도 직장인도 '나홀로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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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추석은 안녕하십니까]

각종 설문조사 결과 절반 가량이 귀향계획 없어

직장인들 연휴기간 호캉스·해외여행 준비

취준생도 친척들 관심에 집에서 홀로 휴식

"기성세대와 달리 고향에 대한 정서적 의미 없어"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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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모처럼 찾아온 연휴인데 혼자 푹 쉬려고요.”

서울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박모(29·여)씨는 이번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고향집은 서울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 남양주지만 혼자만의 휴식을 갖기 위해 부모님께 양해를 구했다.

윤씨는 “열 달 넘게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심신이 지쳤다”며 “명절에 고향에 가면 친척 동생들에게 시달려야 하고 여기저기 지출도 많아 차라리 서울에서 혼자 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홀로 추석’를 선택하는 20~30대가 늘고 있다. 주말보다 길게 쉴 수 있는 명절 연휴에 취업준비나 직장생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홀로 쉬며 재충전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아르바이트 O2O 플랫폼 알바콜이 직장인과 구직자 1106명을 대상으로 한 공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추석에 귀향 계획이 없다’는 응답자가 53%로 조사됐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설문에 참여한 2229명 가운데 46.7%는 ‘올 추석 친지 모임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군별로 취준생의 52.8%가, 직장인 중 44.8%가 친지 모임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직장인이나 취업준비생이 혼자 명절을 보내겠다는 이유로는 취업과 직장생활 등에 시달려 기력을 소진한 이른바 ‘번아웃’ 증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성세대와 달리 연휴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걸 하는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명절에도 비용과 시간을 소요하며 스트레스를 받느니 온전히 자신의 휴식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청년이 많아진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윤모(30·여)씨는 “올해 추석은 짧고 연말까지 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서울에 있는 호텔 싱글패키지를 구매했다”며 “명절에 드는 비용으로 좋은 데서 쉬고 맛있는 걸 먹고 영화 보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여행 커뮤니티에도 연휴 동안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글이 줄을 잇는다.

취업준비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기업을 준비 중인 김모(28)씨는 “친척들의 관심을 받기 싫어 이번 명절엔 고향에 가지 않기로 했다”며 “혼자 쉴 시간과 공간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조용한 집에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특별한 때에 고향을 방문하는 걸 당연시하는 반면 지금의 젊은 세대는 고향을 방문해야 한다는 정서적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며 “연휴에 여행 등 하고 싶었던 걸 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요즘 세대의 경향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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