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잠수함. 교도통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일본 방위성이 해상자위대 잠수함을 남중국해에 극비리에 파견해 동남아시아 주변 해역에서 장기항행 중인 호위함부대와 대잠수함전을 상정한 훈련을 실시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7일 보도했다. 통상 일본 주변 해역에서 진행돼 온 해상자위대의 대잠수함전 훈련과 달리 중국이 군사 거점화하고 있는 남중국해까지 잠수함을 파견해 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중국해는 일본 상선이 오가는 해상교통의 요충지이지만 최근 중국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인근의 암초를 매립해 인공섬을 조성하는 등 군사거점화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에 공해(公海)상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는 한편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방위성은 이번 훈련을 비밀리에 진행했지만, 사후적으로 훈련 실시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3일 실시된 이번 훈련에는 해상자위대 잠수함 ‘구로시오’과 호위함 ‘가가’, ‘이나즈키’, ‘스즈즈키’ 등 총 4척이 동원됐다. 구로시오는 지난달 27일 히로시마(廣島)현 구레(吳)기지를 출항, 대만과 필리핀 사이를 지나 남중국해로 들어갔다. 방위성은 이 같은 잠수함의 움직임에 대해선 그간 함구해 왔다.
가가 등 호위함 3척은 이보다 하루 앞서 구레기지와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기지 등에서 출항, 남중국해에 들어서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와 필리핀 해군과 공동훈련을 실시하는 등 인도양 주변에서 장기항행을 하고 있다. 가가는 해상자위대의 최대 호위함(기준배수량 1만9,950톤)으로 항공모함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이즈모’와 동급이다. 이처럼 개별 항해 중이던 4척은 13일 남중국해 공해상에서 집결해 훈련을 실시했다.
호위함과 함재 헬리콥터는 소나(수중음파탐지기)를 이용해 잠수함을 발견하는 훈련을 실시했고, 잠수함은 탐지되지 않으면서 호위함에 접근하는 전술을 확인하는 등 실전을 상정한 훈련을 실시했다. 특히 이번 훈련은 중국이 자국의 권리가 미치는 경계라고 주장하고 있는 남중국해의 ‘구단선( 段線)’ 내 해역에서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공해상의 훈련은 국제법상 ‘항해의 자유’에 따른 정당한 활동이다”고 밝혔다.
해상자위대 잠수함 구로시오는 17일 베트남 중남부의 남중국해 방위의 거점인 깜라인에 일본 잠수함으로는 처음으로 입항할 예정이다. 방위성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활동을 견제하고자 베트남, 필리핀 등 인근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일본이 남중국해에서 해상자위대의 활동을 늘릴 경우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가 있는 동중국해처럼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쿄=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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