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최신혜의 외식하는날]외식업 경기 최악, 대출에 대출 더하는 자영업자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내 자영업자 대출 670조원 돌파
총 대출 중 비은행권 대출 44.8%
정부, 자영업자 대상 은행권 자금 지원 등 마련
자영업자 "물가, 임금 등 해결 못하는데 무슨 소용인가" 토로
아시아경제

지난 29일 서울 중구 음식점 밀집 지역 점포가 폐업한 뒤 임대 공고문을 부착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과 임대료 폭등 등에 허덕이던 자영업자들이 최근 최저임금 인상까지 더해 폐업하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폐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자영업자 대출을 받아서 리모델링을 해보려고 하는데, 저신용자이지만 한도가 잘 나오는 곳이 있을까요?"

최근 한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문의글이다. 최근 시장경기동향, 외식업경기지수 등이 한껏 위축된 가운데 영세 자영업자들이 은행에 이어 제2·3금융권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는 심각한 실정이다.

16일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한국외식업중앙회 월간지 '음식과 사람'에 기고한 '대한민국 음식점들, 대출금 갚으려고 또 대출받는다'에 따르면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위험 대출 증가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19일 '한·중·일 금융산업 협력위원회 세미나'에서 공개한 바에 다르면 국내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70조원 수준까지 급증했다.자영업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외식업자들의 대출 현황은 어떨까.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업체 392곳을 대상으로 모바일 조사를 실시한 결과 업체당 평균 대출건수는 2.2건, 평균 대출금액은 6479만원이었다. 평균 대출금리는 6.4%, 월평균 이자상환액은 66만원으로 조사됐다. 대출처는 제1금융권이 55.2%로 가장 많았으나 제2·3금융권을 비롯한 비은행권 대출도 절반 가까운 44.8%로 나타났다.

문제는 27.3%에 달하는 제3금융권 대출 이유다. 서 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담보를 삼을 만한 부동산이나 자산이 미미한 영세 외식업체일수록 은행권 대출의 문턱을 넘기기가 쉽지 않아 결국 눈물을 머금고 고금리 비은행권 대출에 발을 들이게 된다. 업체별 특성과 관계없이 '대출금 및 이자 상환'을 목적으로 대출을 받았다는 자영업자가 47.1%나 된다. 추가대출로 기존 대출을 갚은 이른바 '돌려막기' 행태가 만연한 것이다. 대출금 상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57%가 '불가능 혹은 불확실하다'고 답해 우려를 자아낸다.

안타깝게도 업계에서는 당분간 일선 외식업체들의 대출 규모가 확대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 중이다. 최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외식산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시장경기동향은 각각 52.1로 집계됐다. 100 초과이면 호전이지만 100 미만이면 악화다. 외식업경기지수는 지난 7월 68.98로 집계됐다. 지난 3월 69.45에서 하락한 후 4개월째 동결이다. 외식업경기지수는 50~150을 기준으로 100이 초과하면 성장, 100 미만은 위축을 의미한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업주들은 신용불량자로, 종업원들은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에서는 올 4분기부터 자영업자에 대한 경영 상담과 은행권 자금 지원을 연계하는 시스템을 가동키로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신한은행의 자영업 경영 상담소인 '두드림 스페이스'를 방문해 이 같은 지원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만드는 시스템은 은행이 대출자 가운데 상담이 필요한 자영업자를 선정하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이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기술도 교육한다. 상담 결과에 따라 사업 자금이 필요한 경우 은행은 자금을 직접 지원하거나, 이들 유관기관의 정책자금 또는 보증을 연계해준다. 은행의 자금 지원에는 금리 우대도 제공된다. 윤 원장은 "은행 및 유관기관과의 컨설팅 연계 지원 체계를 4분기 중 완료할 예정"이라며 "제2금융권도 이런 체계를 구축해 자영업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식 자영업자들은 임대료, 인건비, 물가 폭등 등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데 은행 대출시스템만 확대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무엇이 해결될 수 있겠느냐며 한숨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영등포구에서 한 주점을 운영 중인 박 모씨는 "영세업자인 나는 당장 인건비를 감당 못해 직원을 차근차근 내보내는 중인데 퇴직금마저 마련 못해 급전을 마련해 돌려막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