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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TF팩트펀치] 여자화장실 몰카 공포 현장, '여전한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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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신림역 인근 건물 내 여성 화장실 칸막이에 구멍이 뚫린 가운데 그 구멍을 통해 변기가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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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새롬·이선화·김세정 기자] "지금 뭐 하시는거예요? 사진은 왜 찍으세요?"

취재진이 몰카 실태 취재를 위해 휴대폰으로 화장실 벽면과 막혀있는 구멍들의 사진을 찍자 화장실 내 여성들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여기자들로 구성된 취재진에게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최근 화장실 몰카(몰래카메라)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여성 화장실에 대한 몰카 범죄가 급증하면서 여성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100일 동안 전국 공중화장실 등 4만 개소에서 집중 단속을 벌였지만, 몰카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화장실 벽에 구멍이 많거나 부적절한 낙서가 있는 등 1800여 개소에 대해서 개선 권고 조치를 했다. 하지만 경찰의 집중 단속 기간에도 경기도 여주시의 한 주민센터 여성 화장실에서 남자 직원이 설치해 놓은 몰카가 발견되며 경찰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매주 여성안심보안관 50여 명을 투입해 서울 전역을 누비며 불법 촬영 장치를 탐지하고 있다. 시는 공공화장실만이라도 시민들이 불법 촬영 걱정 없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10월부터는 모든 공공화장실을 1일 1회 이상, 매일 점검하기로 했다. 그러나 몰카 피해는 공공화장실보다 민간 화장실이 훨씬 많다. 불법 촬영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는 유흥업소, 숙박업소, 목욕탕 등이다. 보안관들이 몰카 탐지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적발할 수 있는 곳은 거의 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단속 시스템의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팩트>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여기자들로 취재진을 구성해 지난 1일부터 보름 간 서울 일대의 공공화장실 및 개방형 민간 화장실을 돌며 실태를 확인했다.

◆ 구멍은 안돼! '몰카 마그미' 스티커, 휴지, 껌 등 다양한 구멍 차단 도구

경찰과 여성단체 등은 '몰카 마그미'로 이름 지은 안심 스티커를 제작·배포했다. 이 스티커를 이용해 공중 화장실 내부의 소형 카메라가 설치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구멍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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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함에 구멍은 모두 차단' 몰카 공포가 급증하며 서울 일대 여성 화장실에는 다양한 '구멍 막이'가 생겼다. 마그미스티커와 실리콘, 휴지, 심지어 껌 등으로 구멍을 막아 놓은 여성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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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양화로 인근 상가의 개방 화장실 문 고리에 몰카 방지 스티커들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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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인근 상가 개방 화장실 벽에는 이용객들이 휴지등을 이용해 구멍을 막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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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종로구 혜화 마로니에 공원 개방화장실 벽에 붙어 있는 몰카방지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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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 화장실 구역, 스스로 점검하는 학생들

경찰의 단속에도 줄지 않는 몰카 범죄에 대학생들이 발벗고 나섰다. 최근 대학에서는 몰카 탐지기를 구매해 수시로 점검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국대 죽전 캠퍼스는 남자 화장실 몰카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자유 게시판에 '키 164 몸무게 87 단국머남 화장실샷'이라는 제목의 게시글과 '인문 상경관에 몰카를 설치해도 들키지 않을 공간을 발견해 나사형 몰카를 설치한 꿈을 생생하게 꿨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학생들은 학교 커뮤니티에 게재된 해당 글에 대해 학생회와 학교 측의 조사를 요구했고, 학교본부와 용인 서부경찰서, 교내 인권센터 등이 함께 대대적인 몰카 수사에 착수했다. 결국 몰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총학생회는 사고 방지를 목적으로 탐지기를 구매해 각 학과에 배치했다. 탐지기로 교내 화장실을 수시로 점검하는 한편 필요에 따라서 개인에게 대여를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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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점검하는 학생들' 7일 단국대 죽전 캠퍼스에서 한 여학생이 교내에 비치된 몰카 탐지기를 이용해 화장실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위)과 동작구 대방동의 한 개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화장실 구멍에 마그미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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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장실 내 몰카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많은 대학교에는 비상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벨이 설치됐다. 또한 화장실 내부 구멍과 틈을 차단하는 등 개·보수 공사를 실시한 곳도 눈에 띈다. 사진은 이화여대, 단국대, 홍익대, 광운대 화장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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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대 공공화장실에는 관할 경찰서에 위급 상황을 알리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사진은 마로니에 공원, 방송통신대학교, 강남역 부근 건물 화장실, 광운대학교(위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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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봉경찰서가 10일 오후 공공화장실 불법 촬영 카메라 점검을 실시한 가운데, 고유미 경장과 김보라 순경이 창동역 공공화장실을 찾아 내부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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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허점 투성이'

<더팩트> 취재진이 서울역과 강남역, 고속터미널, 신촌, 홍대, 명동, 대학로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공공화장실과 민간화장실을 확인해 본 결과 여전히 불안한 곳이 많았다. 비교적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공공화장실에 비해 민간 화장실은 여전히 몰카에 노출될 위험이 많았다. 민간 화장실 대부분은 안심보안관이 점검 영역에 포함되지 않을 뿐더러 안심구역으로 지정된 민간 화장실 일부에서도 점검 미흡 등이 눈에 띄었다. 설치된 안심벨은 작동되지 않거나 설치가 안되어 있는 등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민간화장실 이용객들 중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비어 있는 화장실을 확인하는 여성 취재진에게도 "지금 무엇을 하느냐"며 의심의 태도로 반문하는가 하면, 셔터 소리에 문을 두드리고 확인하는 등 민감한 반응의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소위 '몰카범'과 맞딱뜨린줄 알고 놀랐다는 반응도 있었다.

단속과 처벌 강화에 비해 나날이 발전하는 촬영기기와 몰카 영상으로 돈을 버는 온라인 유통구조 등 몰카범죄의 진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솜방망이 처벌도 몰카 범죄의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나날이 커져가는 '몰카 고포증'으로 불안감이 커지는 대한민국에서 "몰카 없는 세상, 만들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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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 입구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으나, 남녀 공용으로 쓰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자유로이 출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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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내부에 설치됐던 비상벨이 떨어져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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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벽의 구멍은 휴지로 메웠지만 문 틈이 벌어져 안과 밖이 쉽게 보이는 등 미흡한 시설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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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의 칸막이 위로 천장 틈이 벌어져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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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인근 상가 개방화장실에 구멍이 휴지로 막혀 있지만 정작 화장실 칸막이 공간이 크게 벌어져 있어 옆 칸이 쉽게 노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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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신림역(왼쪽)과 홍대 인근 건물 민간 화장실에 의도적으로 뚫은 듯한 구멍으로 고프로 카메라를 넣어보니 변기 등 내부가 고스란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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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관악구 남부순환로 인근 민간 화장실에 몰카점검화장실 스티커가 붙어 있지만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날짜란이 비어 있고 종로구 대학로 인근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점검 이후 불법촬영기기가 설치될 수 있으니 유의하라'는 다소 무책임한 문구가 눈길을 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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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화장실 몰카, 지금 여러분은 편하게 볼일 보시나요?' 사진은 신림역 인근 건물 민간 화장실 칸막이 문에 뚫린 구멍을 들여다보는 취재진의 모습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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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eroml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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