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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박순규의 '현장'] '선언보다 뜨거운 질의응답'...대한축구협회장 출마 허정무 기자회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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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 55대 대한축구협회장 출마 기자회견
100여 기자 취재 경쟁..."소통하는 축구행정 필요"


더팩트

허정무 전 프로축구 K리그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해 출마의 변을 밝히고 있다. /올림픽파크텔=장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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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올림픽파크텔=박순규 기자] "모두가 축구협회의 환골탈태를 바라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

25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자리한 올림픽파크텔의 아테네홀.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이자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은 다소 감정이 고조된 듯 격앙된 톤으로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은 올림픽파크텔 1층의 대연회장인 올림피아홀이 아니라 4층의 중소 규모의 연회장에서 열렸는데, 허정무 후보의 열정과 홀을 가득 채운 100여 취재기자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내년 1월 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가장 먼저 공식 출마를 선언한 허정무 후보는 당초 예정된 오후 2시보다 3분여 일찍 단상에 등장했다. 사회는 전인석 전 KBS 아나운서가 맡았다. 전 아나운서는 과거 축구 현장에서 맺은 허 후보와의 인연으로 사회를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허 후보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완전히 하지 못했다고 판단될 때는 적절히 개입하며 허 후보의 생각이 충분히 전달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정무 후보는 대한축구협회장이 되면 현재의 암울한 상황을 해결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다섯 가지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동행 Open KFA, With All로 의사결정 과정 공정화, 투명화를 전했고 팬들의 참여 보장할 조직과 문화, 뉴미디어 소통의 자 확대를 약속했다. 둘째는 공정으로 시스템에 의해 지도자 선발, 각종 계약 체결은 독립된 위원회로 운영하며 협회장, 집행부 입김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셋째는 균형으로 지역협회의 창의성과 자율성 보장을 강조했다.넷째는 투명이었다.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 및 선임 시스템 마련을 확언했다. "절차와 시스템을 통해 장기적인 계획 아래 연령별 지도자를 육성하고 그 속에서 대표팀 감독 등 지도자를 능력에 따라 체계적으로 선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섯째는 육성이었다. 축구꿈나무 육성과 여자축구 경쟁력 향상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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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전 프로축구 K리그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해 출마의 변을 밝히고 있다. /올림픽파크텔=장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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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기자들과 40여분간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보다 구체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연초부터 협회장 출마 여부가 관심을 모았는데 어느 시점에 최종 결점을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 처음에는 출마에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약 10여일 전에 주위에서 ‘왜 축구를 위한 축구협회인데 축구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에 대한 지적을 받아 누군가는 축구인을 대변해서 축구의 장인 축구협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 출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올해 엄청난 질타를 받았는데 어떤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보는가'란 질문에는 "여러 문제가 많았다. 2~3년 동안 사면 파동, 클린스만 사태, 현 감독 선임 문제 등 문제의 단초는 의사결정 구조에 있었다. 독단적인 운영 방법으로 인해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감독 선임 등은 협회장의 결정만으로 이뤄지면 안 된다.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 앞으로 투명, 공정, 상식을 앞세워 혼자만 결정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하는 풍토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축구인들의 분열과 갈들을 화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축구인들이 두 동강, 세 동강 나뉘었다. 세대, 이념으로 나뉘어서 분열되어 있다. 어떻게 봉합하려고 하나?"라는 스포츠서울 김용일 기자의 질문에는 "서두에 말했듯 축구인들이 함께 해야 한다. 의견은 갈릴 수 있으나 축구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함께 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 어떤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통합을 위해서 뛰겠다. 시간이 걸리고 효과가 크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화합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노력하겠다. 모임, 간담회, 지역별 세미나 등 필요한 게 많다. 대의를 위해서 노력하겠다. 다른 종목을 보면 한 가지 목표가 정해지면 힘을 합치는 모습이 있는데 부러웠다. 반면교사 삼아 노력하겠다. 권위적인 것보단 내려놓고 함께 하고 발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외부의 압박도 많이 받고 있다는 사실도 털어놓았다. "현 집행부에 정면 도전장을 내밀었다. 외부의 압박이나 그런 건 없었나?"라는 질문에 "많이 들었다. 지금도 들리는 중이다. "감히" 이런 말도 들었다.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도전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책도 냈다. 어떤 소리도 두려워하지 않고 해야 될 일에 목표를 두고 나아가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당선을 어느 정도 확신을 하고 준비하는가?"란 질의엔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직 캠프도 못 꾸렸다. 기자회견 마치고 선거 전략을 생각하려고 한다. 축구인으로서 자긍심이 있고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서 마지막 헌신을 하고 힘을 쏟으려고 한다. 설사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선이 돼 중임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해보겠다. 유능한 후배 축구인들이 마음껏 나아갈 수 있는 기초를 다지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집행부와 비교할 때 허정무 후보의 강점은 무엇인가에 대해선 "난 현장을 안다. 유소년 축구부터 프로까지, 현장을 모두 잘 알고 있다. 그게 내 장점이다.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항상 염두해두고 생각했다. 축구인으로서 감히 도전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위기의 여자축구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여자축구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거나 미흡하다고 안다. 겨우 명맥을 이어갔는데 북한 여자축구는 17세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 걸 보면 약이 오르는 감정이 든다. 여자축구는 좋아지다가 멈춰서 있다. 리그가 중단되면 여자축구는 유명무실하게 되는 것이다. 활성화가 필요하다. 저변확대를 더 해야 하고 파주 트레이닝 센터를 왜 급하게 없앴는지. 한국 축구 요람이다. 지금이라도 파주시와도 협의를 해야 한다. 파주트레이닝 센터를 여자축구 요람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여자축구도 인기가 많아지고 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파주 트레이닝센터는 내가 대표팀 감독할 때 문화체육관광부를 찾아가 만든 곳이다. 파주만한 입지가 가능한 곳이 어디 있나? 천안과 파주를 투 트랙으로 이용해야 한다. 현재 활용할 마땅한 기업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파주와 협상할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다. 살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천안축구센터 완공은 다음 회장의 중요한 과제다. 당선된다면 막대한 예산 확보가 필요한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면 재검토를 역설했다. "상당히 민감한 질문이다. 이런 문제는 작은 프로젝트가 아니다. 천안축구센터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과정이 조금 조급했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판단과 분석이 요구되고 계약 체결 및 누가 참여를 하고 어떤 형태를 진행하는지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한 기업이 참여하지 않고 다양한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천안축구센터 설립을 급박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다고 안다.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사업을 진행할 건지, 한다면 어느 정도로 할 건지를 결정하겠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규모로 추진하는 건 너무 이르다고 본다."

이어 전인석 사회자가 "후보는 돈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란 보조 질문을 하자 "어떻게 돈을 얻겠다고 하는 건 말하기 어렵다. 비즈니스 맨이 돼서 효율적인 방법을 전문가들과 상의해서 진행하겠다. 그동안 대기업 총수님께 회장을 하시면서, 투자는 하셨지만 대규모 자금 지원은 없었다. 예전에 용인 축구센터를 건립했었는데 용인시 지차제 310억을 들여 만든 경험이 있다. 국회, 시청을 찾으면서 브리핑도 하고 시의원들과 이야기를 해 용인축구센터를 만든 기억이 있다. 파주 축구센터도 내가 유치하고 만들었다. 벌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몽규 회장이 자립 기반을 만든 건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계속 진행이 되면 빚더미가 된다. 투명한 경영과 운영이 필요한 때다. KBO의 허구연 총재처럼 할 자신이 있다."

정몽규 회장에 대한 개인적 소회를 묻는 질문에도 답했다. "2014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맡았고 이후에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정몽규 회장을 봤을 텐데 회상하면 어떤 느낌이었고, 어떻게 변했는지 말해달라"고 하자 "브라질 월드컵 이후에 결과에 책임을 지고 대한축구협회에서 물러났다. 정몽규 회장을 존경하지만 근래 들어와서 행정상 문제를 보였다. 사람 자체를 미워할 이유는 없다. 정몽규 회장은 근본적으로 축구에 대한 열정은 많이 가지신 분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협회에 있는 동안 느꼈던 점은 의사결정 자체가 잘 안 된다고 봤다. 예를 들어서 어떤 안건이 올라왔을 때 그 처리가 각 전문부서에서 의견 조율이 되고 찬반을 거쳐 추진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주 활성화 등을 말씀하셨는데 당선이 된다면 현 집행부가 진행하는 여러 방향성을 전면 재검토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일단 1부부터 7부 통합은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 졸속은 안 된다. 파주 트레이닝 센터 축구인들의 재산이다. 중단시킨다는 건 너무 아깝다. 투자비용 등 모든 면에서 이대로 쓰지 않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다. 설사 천안축구센터를 만든다고 해도 서서히 슬로우 스탭으로 갔어야 한다. 급하게 추진을 하니 문제점이 많다. 이처럼 잘못된 건 바꾸고 독단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전문가 그룹을 통해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면서 사안에 대해 결정을 하겠다"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홍명보 감독을 바라보면서, 고난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는 현 집행부가 결정하고 진행된 사항이다. 난 후보자일 뿐이다.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고 말하는 는 등 어떤 의견을 내는 건 부적절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분명한 의견을 밝히겠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기술위원회 등이 다 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 기능을 복귀시켜야 한다. 협회장 혼자 감독을 선임하고 해임해서는 안 된다. 있는 위원회라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연령별, 남자, 여자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려면 위원회가 하루에 모여서 추천을 하고 선임을 하는 건 어렵다. 임기가 1~2년 남았을 때 미래를 보며 차후 감독감을 리스트업을 할 필요가 있다. 국내, 해외를 막론하고 능력 있는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 6개월 1년 이상 검증을 하고 지켜보고 협의도 해야 한다.. 급속하게 진행해 안 좋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 위원회 구성원을 전문가들로 구성을 하고 임원들 간섭을 받지 않고 서류상으로 검증하는 과정을 증명해야 한다.시스템을 만드는 건 시급하다. 해외 거점 마련도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 유스 선수들이 유럽에 굉장히 많은데 정보를 몰라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진출을 할 때 도움을 주며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유럽 거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 선진축구를 받아들이는 교육적 의미도 있다. 연계가 돼서 국내 선수들도 무작정 가는 게 아니라 계획 속에서 제대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유럽 거점이 할 수 있다. 임무를 맡게 된다면 반드시 해외 거점을 만들겠다.독일 도르트문트 등에도 만들 수 있겠지만 프랑스 남쪽, 스페인 북부 빌바오, 말라가 등도 좋다. 차후에 논의를 거쳐 하겠다. 못할 일은 절대 아니다."

"젊은 축구인들의 행정적 참여도 가능하다고 말했는데 박지성, 이영표 등 대한축구협회에서 잠깐 일했던 제자들도 활용할 생각이 있는지"란 질문에는 강한 어조로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젊은 축구인들의 행정적 참여 권유는 생각이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한다. 축구인들이 행정에 참여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잠깐 들어왔다 나간 축구인들이 많은데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분위기가 안 돼서 빨리 나갔다. 해외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들러리 역할이 아닌 실제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팬들과 소통 문제에 대해선 "지금 상황을 보면 A매치는 표를 못 구하지만 일반 국내 경기는 자리가 많이 빈다. 그래서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마일리지 제도는 금융 당국 등과 협의를 할 필요가 있는 공약이긴 하다. 지금 구상을 말하자면 국내 축구 활동에 참여한 경우에 이를 마일리지로 적립을 해서 A매치 우선 관람 권한을 주려고 한다. 또 다른 예를 들면 2026 북중미 월드컵 응원단을 보내는데 그럴 경우 마일리지가 높은 팬들에게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혜택을 줄 수 있다. 이렇듯 팬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많이 주면서 소통을 하려고 한다."

바둑과 삼국지, 사자성어를 좋아하는 허정무 후보는 협회장 출마를 하면서 '줄탁동시(啐啄同時)'를 압축적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달걀이 부화하려면 밖에 있는 어미와, 알속의 병아리가 알을 깨야 한다는 의미다.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한 사람만 해서는 안 되고 양쪽에서 다 힘을 합쳐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으로 축구협회와 지도자, 선수, 심판, 팬, 언론이 모두 함께 해야 새로운 한국 축구의 100년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의 변 전문

대한민국 축구 새로운 100년을 생각합니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며-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바쁜 일정에도 관심을 갖고 참석해주신 언론인 여러분. 그리고 오늘도 대한민국 축구발전을 위해 수고하고 묵묵히 밤 흘리는 축구인 여러분!

저는 오늘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축구는 2002년 월드컵 유치와 4강 신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원정 첫 16강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그리고 지난 카타르 월드컵 16강이라는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무대도 밟아보지 못한 채 예선에서 탈락했습니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합니다.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축구 팬들의 질타와 각계각층의 염려 무엇보다도 선후배 동료 축구인들의 갈등을 눈앞에서 지켜볼 때는 한없이 괴로웠습니다. 어쩌다 대한민국 축구가 이렇게까지 되었나 하는 한탄과 함께. 축구인의 한사람으로서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 죄송할 뿐이었습니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 떨리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모두가 축구협회의 환골탈태를 바라지만. 거대한 장벽 앞에서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습니다. 누군가는 이 추락을 멈추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려내는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돌아보면, 그동안 대한축구협회는 오랜 기간 전임 회장님들의 헌신과 노력을 통해 많은 발전을 이룬 것도 사실입니다. 전임 회장님들께서 개인적인 헌신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대한민국 축구가 성장하고 결실을 이루었으며,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불투명하고 미숙한 행정의 연속. 그리고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려는 부끄러운 행동으로 협회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대한민국 축구는 퇴보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위기와 실망을 극복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동행) Open KFA, With All입니다. 열린 경영과 활발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습니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수행하겠습니다.

그리고 팬들의 참여를 보장할 조직과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디지털, AI 시대 온/오프라인 다양한 뉴미디어를 통한 소통의 장을 확대하여 MZ세대와 여성팬을 포함한 모든 축구팬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둘째, (공정) 시스템에 의한 투명하고 공정한 협회 운영입니다. 국가대표 감독을 포함한 지도자 선발, 선수 선발, 각종 계약 체결 등은 해당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등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하여 협회장이나 집행부의 입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제경험이 풍부한 축구 관계자와 각 분야 전문가들을 새로운 축구 행정 리더로 양성하여 세대교체를 이루는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

셋째, (균형) 지역협회의 창의성과 자율성 보장입니다. 이제는 중앙의 협회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17개 시도협회에 책임과 권한을 돌려줘 지역협회 스스로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해 운영되도록 하고, 재정자립 방안 마련도 추진하겠습니다. 넷째, (투명)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 및 선임 시스템 마련하겠습니다. 축구 지도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선수 육성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절차와 시스템을 통해 장기적인 계획 아래 연령별 지도자를 육성하고 그 속에서 대표팀 감독 등 지도자를 능력에 따라 체계적으로 선임하겠습니다. 또한, 지도자와 심판들의 처우개선 방안도 마련하겠습니다. 정부 관련부처, 금융기관 등과 협의하여 축구인복지조합을 설립하고 축구인 연금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다섯째, (육성) 축구꿈나무 육성과 여자축구 경쟁력 향상 입니다.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달렸습니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에 따라 선수 육성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유소년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해외거점 설립을 추진하겠습니다. 뜨거운 관심과 높아진 여자스포츠 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여자축구리 그를 활성화하고 여자축구 경쟁력을 높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언론인 그리고 축구인 여러분!

대한민국 축구는 지금 이 순간만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 100년을 준비해야하는 시기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제 모든 것을 쏟아 부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결코 할 수 없습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줄'은 달걀이 부화하려 할 때 알 속에서 나는 소리이고, '탁'은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껍질을 쪼아 깨뜨리는 것을 말합니다. 즉, 새 생명이 태어나기위해서는 알속의 병아리와 바깥의 어미닭이 함께 몸부림치며,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축구인들이 단합하고 화합하여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 축구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 대한민국 축구가 변할 수 있고, 다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려는 이 길은 분명 가시밭길입니다. 거대한 장벽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누군가는 가야할 길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앞장서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주십시오. 여러분들과 함께 대한축구협회를 개혁하고, 대한민국 축구의 새로운 100년을 만드는 유쾌한 도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1월 25일 허정무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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