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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뒷전 밀렸던 `미투 법안` 130개 입법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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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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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사태' 이후 우후죽순으로 발의된 미투(Me Too) 법안 130여 개가 9월 국회에서 입법 절차에 시동을 걸었다. 12일 국회 여성가족특위가 총대를 메고 '원포인트' 미투 법안소위를 소집하면서다.

미투 법안은 성격상 여성가족위원회는 물론 환경노동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에 걸쳐 유행처럼 발의가 이뤄졌지만 실제 논의와 상임위 간 협조는 전무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인사청문회,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 규제혁신법 어젠다들에 밀릴 뻔 했지만, 전혜숙 여성가족위원장(더불어민주당)을 주축으로 여가위 위원들이 단결했다. 이날 여가위는 '원포인트' 미투 법안소위를 소집해 2차 피해 방지법, 여성폭력방지 기본법, 성폭력 사건 은폐·축소죄 등 32 개 법안을 논의했고, 10여 개 법안이 병합심리된 채 의결됐다. 여야 위원들의 공감대 아래 추가 논의가 기약된 '데이트 폭력법' 외에는 사실상 여가위 소관 미투 법안들이 모두 일괄 처리된 셈이다. 전 위원장은 "며칠 전 3당 간사를 불러모아 미투 관련 법안은 우리 여가위가 여야를 넘어 '여성'의 이름으로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오늘(12일) 법안소위가 잘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 법사위·행안위·교육위 등에 계류된 법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타상임위 위원장들을 직접 만나 미투 법안 통과를 촉구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날 의결된 '2차 피해 방지법'은 그간 성폭력 피해자들이 입법화를 강력히 요청해 온 법안이다.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거나 미투 고발이 이뤄졌을 경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오히려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당하는 등 2차 피해에 노출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피해자는 불이익 금지 조항에 따라 인사상 불이익, 부서 강제 배치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또 피해자 목소리에 동조했던 조력자에 대해서도 불이익 금지 조항이 적용돼 피해자에 대한 동료들의 적극적인 구제가 법적으로 보호받게 된다.

또 '성폭력 방지법'에 국가·공공기관의 장과 종사자는 성범죄 인지 시 지체 없이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개정안도 의결됐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그동안 성폭력 범죄가 제대로 신고되지 않아 수사가 착수되지 못하는 지점이 있었다"며 "심지어 성폭력 범죄로 인식하지 않아 태만한 방임이 이뤄져 온 만큼, 신고의무를 부과하면 범죄라는 것을 지각할 수 있게 되고 은폐·축소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아울러 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성폭력방지 기본법'도 타결됐다. 이는 증오 범죄·데이트 폭력·디지털 폭력 등 다양화하는 여성 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개별법으로서 보호받지 못했던 '사각지대'의 여성 대상 폭력들을 기본법이라는 총체적 틀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규율하고 피해자를 지원하자는 취지다. 또 이날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해 이뤄진 간음·추행에 관해서는 소멸시효를 두지 않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됐다.

하지만 미투 법안 입법화는 정식 상임위가 아니라 '겸임위원회'로만 존재하는 여가위 차원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상임위에 계류된 관련 법안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전 위원장은 "여성가족위원회 34건, 법제사법위원회 36건, 정무위원회 1건, 교육위원회 9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2건, 국방위원회 3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4건, 행정안전위원회 10건, 환경노동위원회에 25건이 계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는 국회뿐 아니라 정부에도 있다. 정부를 대표해 여성 권익 증진에 앞장서야 하는 여성가족부지만, 법체계상 여가부는 공공 부문의 성희롱, 성폭력에 관해서만 권한이 있고, 직장 등 민간 부문은 고용노동부가, 문화예술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학 등 교육계는 교육부가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성폭력 실태 조사권한 등 여가부의 실질적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남인순 민주당 의원과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각자 발의했다. 관련 부처들로부터 의견서를 취합했지만, 여전한 부처 간 영역 다툼으로 조율이 어려운 처지다. 여가위 관계자는 "여가부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기존에 고용부의 권한과 권익위의 권한 등으로 이미 마련돼 있는 것이 많아 중첩되거나 권한 이양 문제가 발생한다"며 "해당 권한을 관장하고 있는 정부부처들은 여성 문제를 전향적으로 다루지 않으면서도 정작 권한을 내려놓기를 거부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부처 간 밥그릇 싸움 속에 여성 목소리가 자리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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