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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늘어 고용개선? 불황때 늘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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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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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일자리 증감 현황이 과거 카드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세월호·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증가한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감소했는데 이처럼 두 부류 간 일자리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은 경기 불황 때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청와대 경제팀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많아진 것을 두고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는 신호로 해석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만7000명 감소한 404만명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6만2000명 늘어난 166만명을 기록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영세 자영업자는 줄어든 반면 규모와 직원 수 등에서 안정성을 갖춰 소비자가 꾸준히 찾는 자영업자만 계속 늘고 있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과거에도 두 부류의 취업자 증감은 평소에는 유사하게 움직이다가 경제·내수 쇼크가 발생하면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가 벌어진 2003년 한 해 동안 1인 자영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6만2000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1만6000명 늘었다. 2002~2003년 당시 정부는 신용카드를 통한 경기 부양을 시도했는데, 그 과정에서 소득 없는 소비자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했다. 결국 수백만 명이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면서 극심한 내수 부진을 겪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두 부류 간 격차가 극에 달했다. 1인 자영업자는 무려 25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반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6000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가 잇따라 터지며 내수가 얼어붙었던 2015년에도 1인 자영업자는 12만6000명이 사라졌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만9000명 늘었다. 경기가 나쁜 쪽으로 바뀌면 그 여파가 전체 비임금근로자의 약 70%에 달하는 1인 자영업자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청와대 경제팀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만을 강조하며 현재 경제·고용 상황에 대한 비관론을 차단하려 한 바 있다. 하지만 과거 통계에서 확인되듯 경기 불황이 닥쳤을 때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거의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현재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우영 공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근로 일자리가 없다 보니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하는 것이고, 혼자 가게를 운영할 노하우와 기술이 없다 보니 고용원을 두고 일을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도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용원이 없다고 신고했던 자영업자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기 위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로 신고 전환한 영향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를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이 없다'는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 역시 100% 맞는 주장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원 둘을 뒀다가 하나로 줄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빈현준 과장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얼마나 고용원을 줄였는지는 통계로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근시안적인 미봉책에만 매달리지 말고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자영업에 불어넣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렬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현 자영업 생태계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대책 없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없도록 준비된 창업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양처럼 자신만의 기술·노하우·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업종이 다양해져야만 경쟁도 줄고 폐업률도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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