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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화제의 책]여성학자와 법률학자가 모색한 ‘미투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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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두려운 사랑 - 김신현경 지음 | 반비 | 268쪽 | 1만7000원

형사법의 성편향 - 조국 지음 | 박영사 | 279쪽 | 1만9000원

경향신문

‘미투 이후’의 국면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법적 정의를 구현하고 ‘2차 피해’를 차단할 구체적인 방안들을 마련하는 한편, 남녀 관계에 내재된 권력관계와 이를 강화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미투 운동의 교훈을 이어가려는 학계, 정치권, 시민사회가 참고할 만한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이토록 두려운 사랑>은 폭력과 혐오 속에 여성과 남성이 마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 같은 현재의 상황에서 과연 남녀 사이의 친밀성이 가능한지를 질문한다. 1990년대 대학을 다니며 여성주의 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영페미니스트’이자 여성학 연구자인 김신현경은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키워드로 대중문화 텍스트를 심층 분석한다.

영화 <접속>, <연애의 목적>, 드라마 <청춘시대>, <응답하라> 시리즈 등 대중에게 익숙한 문화적 재현들 속에서 사랑과 연애를 둘러싼 포기와 폭력, 열망의 모순적인 겹쳐짐을 꼼꼼하게 읽어낸다. 저자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연애가 밟아 온 궤적을 충실하게 그려보이는데, 연애로 대표되는 친밀한 관계를 둘러싼 기대가 어떻게 형성되고 왜곡되거나 훼손되어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토록 두려운 사랑>이 남성과 여성의 관계 맺음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책이라면, <형사법의 성편향>은 형사법정이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제안한 법률서이다.

경향신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기도 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금까지 펴낸 4권의 학술서적 가운데 하나로, 세번째로 개정한 이번 <형사법의 성편향>은 내용의 절반을 교체했다. 저자는 자신의 학문적 제안이 현실 판례와 입법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했다. 이를 통해 최근의 성범죄 처벌 강화와 확장 방안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폭행·협박·위력 없는 비동의 간음죄 신설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저자는 “통상의 의사능력이 있는 성인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일체의 침해를 형법을 통하여 막아주어야 하는가”라며 “비동의간음은 ‘형사불법’이 아니라 ‘민사불법’으로 의율되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폭행·협박·위력 등이 사용되지 않은 남성의 성교추구에 대하여 연약한 존재인 여성은 어쩔 수 없이 응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러한 남성의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남성의 자기통제를 요구하고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는 여성의 의지와 능력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했다.

성폭력 범죄 고소인에 대한 무고죄 적용 배제 방안에도 부정적이다. 그는 “성폭력 범죄의 경우 법적 판단에 따라 한쪽은 치명적 낙인과 타격을 받게 되기에 양측은 사투를 벌이게 된다”면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여 상응하는 제재를 가해야 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임무이기에 성폭력범죄 피해자에게 무고죄 적용을 봉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성폭력 재판이 끝날 때까지 무고죄 수사를 금지하자는 법안에 대해서도 “이 기간 동안 성폭력 피의자/무고인의 무고함을 입증할 증거를 망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저자는 “겸허한 마음으로 학계, 법조계, 입법부에서 저자의 해석론과 입법론을 검토해주시길 기대한다”며 “이 책의 주장은 ‘학자’로 제기하는 것이지, ‘민정수석’으로서 제기하는 것은 아님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이범준·김유진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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