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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장하성 "집값, 시장이 정부 못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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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거주를 위한, 정말 국민 삶을 위한 주택은 시장이 이길 수 없습니다. 국민의 실거주를 위한 수요는 반드시 시장에 맡겨야 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부 차원에서 실수요 주택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이같이 피력했다. 장 실장은 "예를 들면 시장경제를 아주 정말 지독하게 하고 있는 싱가포르 같은 경우에도 국민주택 규모 주택은 정부가 다 공급해 버린다"고 강조했다. 일반 중산층 서민이 사는 주택의 가격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여해 안정화를 시키겠다는 뜻이다.

장 실장은 이렇게 집값 안정에 대한 정부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일부 지역에 대해선 여지를 남겨 관심을 끈다. 그는 "맨해튼이나 세계 어느 나라 상가, 부자들이 사는 고가 아파트에 정부가 관여해야 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고가 주택이나 상가에 대한 지역 차이는 시장에서 작동해서 가는 것이기에 정부가 다 제어할 수 없고 반드시 제어해야 하는 이유도 없다"며 "세계 최고 부자들이 모여 사는 맨해튼 한가운데, 또는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등 배우들이 사는 주택 가격을 왜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장 실장은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다"며 "살아야 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남을 재테크의 지대로 보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며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해석에 따라 정부가 집값 안정에 최대한 개입하겠지만 일부 초고가 지역 등에는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두겠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장 실장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동산 종합부동산세 강화 발언과 관련해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예를 들어 '강남이니까 다 세금을 높여야 된다'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 투기가 생기는 경우에는 분명하게 세금으로 부과해서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9월부터 전국 부동산 보유 현황, 실거주, 임대 여부 등을 완벽히 파악하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종부세 과세 강화를 놓고 여권에서도 이견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어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장 실장은 국내 경제성장률 둔화에 대해서는 "거시적으로 보면 지금의 상황을 두고 '경제가 망했다'거나 위기라고 하는 것은 지나칠 정도가 아니라 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우리나라 잠재 경제 성장률을 한국은행이 2.8~2.9% 보고 있고 거시적으로는 적정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우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성장률이 상당히 상위권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상당수 경기지표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설비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2분기 국민총소득(GNI)도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에서 적정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장 실장은 고용지표 악화에 대해서는 "국민께 정말 죄송하다"면서 "이건 반드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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