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신을 `블루하우스 스피커`라고 비판하자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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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소득주도성장은 경제 파탄의 주범"이라며 "(문재인정부는) 정책 실패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잘못된 경제 기조를 대전환해야 한다"고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를 강력히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40분간 연설하며 그중 절반이 넘는 시간을 '소득주도성장' 비판에 할애했다. 그는 정책에 대해 "이미 실패가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김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인상-일자리 고갈-세금중독'은 우리 경제의 '불(火)의 고리'인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며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려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려야 한다. 일자리 불황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월 고용 쇼크 등 각종 경제지표의 악화가 △문재인 정권의 반기업 정서 △반시장 정서에 기댄 국가주의적 개입 △최저임금 인상 속도전 등 잘못된 경제 정책에 의한 것이란 의미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 적용 대상 등 최저임금 제도 전반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국가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노사 자율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면서 "최저임금 결정에 소상공인 자영업자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화 방안도 밝혔다.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경우 최저임금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역대 최대 수준인 470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강력한 삭감 기조의 심사도 예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은 세금중독성장"이라면서 "사정이 이런 데도 이 정권은 내년도에 슈퍼 매머드급 일자리 예산을 쏟아붓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친 세금중독 예산을 싹둑싹둑 잘라내겠다. 나라 재정 구멍 내는 '세금중독 적폐'를 반드시 막겠다"고 원색적인 표현까지 쓰며 의지를 다졌다.
소득주도성장의 대안으로는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포함한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했다. 신생아에 대한 출산장려금 지급과 함께 이 아이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1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게 골자다. 김 원내대표는 '연 40만명 출산 유지'를 목표로 △출산장려금 2000만원 △임신 때부터 대학 진학 때까지 20년간 1인당 연평균 400만원, 매월 33만원씩 총 1억원의 수당 지급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공무원 17만4000명을 대거 증원하는 데 향후 330조원이 소요된다"면서 "이러한 재정을 저출산 극복에 투입할 경우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상설협의체 가동과 별도로 여야 경제협치회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가칭 '붉은 깃발 뽑기 비상경제협치회의'를 제안한다"며 "지금은 비상경제 시국이다. 국회가 경제 살리기에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1월부터 가동될 예정인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탈원전 정책은 1호 의제로 잡혀야 한다"며 "탈원전 정책도 문재인 정권의 불통과 무능을 보여주는 정책 실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의 동시 추진도 다시 한번 역설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 정치는 대한민국이 4만달러 선진국으로 대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큰 산"이라며 "대통령이 독주하고 정부·여당이 일사불란하게 따라가는 정치는 대한민국의 비극을 초래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종식하는 한편 국회의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김 원내대표는 운을 뗐다.
한편 김 원내대표가 연설 막바지에 문희상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를 '블루하우스 스피커'라고 비판하자 민주당 의원들의 고성과 항의가 쏟아지며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김 원내대표는 문 의장의 개회사에 대해 "어떻게 입법부 수장이 블루하우스 스피커를 자처하느냐. 어떻게 심판이 선수로 뛰려고 할 수 있느냐"며 "한 나라의 입법부 수장으로서 품격도 상실하고 균형 감각도 상실한 대단히 부적절한 코드 개회사였다.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라도 국회 본연의 책무는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는 견제와 균형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맹비난했다. 문 의장은 산회 직전 마무리 발언에서 "국회의장을 모욕하면 의장이 모욕당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모욕당한다는 사실을 가슴속 깊이 명심해 주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김 원내대표 연설은 언어의 '품격' 면에서 논란이 됐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가져온 혼란으로 마이클 잭슨의 문워킹(Moonwalking)처럼 한국 경제가 미끄러지듯이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희화화하는가 하면 "소득 주도 성장은 이 정권이 국민을 현혹하는 보이스피싱"이라고 비난했다. 그 밖에도 '세금 몰빵 경제' '세금 뺑소니 정권' '묻지마 세금살포 범죄' 등 표현도 쏟아냈다.
[이윤식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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