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사거리 근처 대도로변 상가 곳곳에 `임대 문의`라는 글자가 적힌 노란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다. 매일경제 기자가 이곳에서 영등포청과시장사거리까지 6분가량 걷는 동안 발견한 임대 현수막만 19개에 달할 정도로 자영업 폐업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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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사거리. 지하상가 5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임대 문의'라는 네 글자가 적힌 노란 현수막이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다. 일곱 걸음 정도 걸었더니 이번엔 가게 5곳에 줄지어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녹슨 철제 셔터로 굳게 잠긴 가게 한 곳은 세입자 찾기를 포기한 듯 가게 안쪽에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3층짜리 건물 한 곳은 2~3층이 모두 텅 비었다. 영등포시장사거리에서 영등포청과시장사거리까지 375m, 도보 6분 거리 블록을 지나면서 발견한 임대 문의 현수막만 19개에 달했다. 인근 부동산 업체는 "가게는 하나둘씩 문을 닫는데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오지 않으니 주변이 완전 황폐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한국수출산업단지와 주변 공장 지역. 블록마다 '공장 임대' 현수막이 나부끼고, 건물이 통째로 텅 비어 '매물' 간판만 서 있는 공장들마저도 눈에 띄었다. 한국GM 부평공장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탓에 일감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이곳 인천 지역 1~3차 협력업체들은 물량 감소로 모두 심각한 경영 타격을 입은 곳이 수두룩하다"며 "문 닫는 공장을 보면 나도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납품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경영 환경마저 악화돼 자칫 회복 불능 상태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를 받쳐주는 중소 제조공장과 자영업이 문을 닫고 있다. 내수경기가 침체돼 일감이 줄자 상권이 썰렁해진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에 직원은 내보내고 신규 고용은 줄이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만1936건에 달했던 중소 공장 폐업이 올해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M&A거래소 올 상반기 공장 매물이 전년 동기보다 44%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올해 공장 폐업은 작년보다 최소 20~30%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영업 고용 감소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구인공고 감소에서 나타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605개 브랜드가 새로 등록했고 625개 브랜드가 자진 취소해 20개가 줄어들었다. 반기 기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줄어든 것은 등록이 시작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자영업 폐업 건수는 작년 90만8076건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이러다간 '폐업 100만건' 시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시장에 퍼져 있다. 자영업이 무너지면서 시간제(아르바이트) 구인 건수도 확 줄었다. 구인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상반기 아르바이트 구인 건수는 총 564만79건으로 전년 동기(636만1497건)보다 11.3% 급감했다.
[서찬동 기자 / 이덕주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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