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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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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순악질 암 교모세포종 환자, 면역세포 치료법이 새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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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상세포 치료 받은 환자군

수명 10개월 연장 효과 나타나

자기 세포 써 부작용 거의 없어

중앙일보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조경기 교수는 ’면역 세포 치료를 통해 교모세포종 환자의 생존 기간이 크게 연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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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조경기 교수

암(악성 종양) 중에서 가장 지독한 암은 뭘까. 췌장암도 간암도 아닌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이다. 생소한 이름의 이 종양은 수술과 방사선, 항암 치료를 해도 평균 생존 기간이 14개월에 불과하다. 난공불락의 이 종양을 정복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30년간 평균 생존 기간은 6개월 연장됐다. 그런데 최근 교모세포종에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 세포 치료법이 제시돼 환자·가족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40여 년간 교모세포종을 연구한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조경기 교수를 만나 교모세포종의 치료·전망에 대해 들었다.



Q : 교모세포종은 어떤 암인가.

A : “다른 암에 비해 성질이 매우 다양하다. 병의 영문 이름에 ‘다형성(multiforme)’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정도다. 그래서 유방암·폐암처럼 하나의 암 항원을 타깃으로 하는 ‘표적 치료’가 불가능하다. 침투 능력도 대단해 복부 암보다 5배 빨리 자란다.”




Q : 국내 환자 수와 예후는 어느 정도인가.

A : “뇌종양의 약 15%가 교모세포종이고 국내에서 약 700명이 매년 새로 진단받는다. 환자의 절반은 1년도 채 못 살고 5년 생존율도 약 7% 수준이다. 수술 후 자기공명영상(MRI) 결과가 정상이더라도 한두 달 내 다시 암이 발견되기도 한다.”




Q : 초기 증상과 표준 치료법은.

A : “경련·어지럼증·구토로 시작해 한 달 만에 다리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기도 한다. 진단은 대부분 MRI로 판단하며 치료는 수술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 후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 박멸을 위해 방사선과 화학적 항암 치료를 병행한다. 초기에 발견할수록 종양을 전부 제거할 가능성이 크고, 그럴수록 생존율은 높아진다.”




Q : 주목할 만한 수술·치료법은 없었나.

A : “악독한 암을 무너뜨리기 위해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개인적으로는 종양의 경계에 표지자를 삽입해 수술하는 ‘정밀 절제술’과 국소마취로 환자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수술해 감각·운동 능력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각성 뇌 수술’을 개발해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최근 교모세포종 치료의 트렌드는 단연 ‘면역’을 이용한 치료법이다.”




Q : 교모세포종에서 면역 치료란 무엇인가.

A : “대표적으로 면역 세포 중 ‘수지상세포’를 이용하는 치료가 있다. 수지상세포는 암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암이 어떤 녀석인지’ 알려준다. 이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암이 교묘하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 우리 면역계의 공격수인 ‘킬러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범적으로 수지상세포 치료를 받은 13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보다 수명이 약 10개월이나 연장됐다.”




Q : 어떤 원리로 작용하나.

A : “수술 직후 환자의 혈액에서 수지상세포를 채취해 증식시킨 뒤 종양 세포와 국내 교모세포종에 가장 많은 항원 6가지 정도를 섞어준다. 이 과정에서 수지상세포가 암의 특성을 파악한다. 이렇게 제작된 ‘개인 맞춤형’ 수지상세포를 체내 주입하면 ‘킬러 T세포’ 군단에 암 정보를 알려 공격하게 만든다. ‘세포 백신’인 셈이다.”




Q : 수지상세포 치료의 기간과 부작용은.

A : “수술 후 방사선·항암을 6주간 진행하고 그 후 수지상세포 백신(CreaVax-BC)을 2주에 한 번씩 총 9회 목 부위에 맞는다. 목 근처에 면역 세포가 모이는 림프절이 있기 때문에 T세포 군단을 빠르게 자극할 수 있어서다. 자기 세포를 이용하므로 탈모·구토, 백혈구 수치 저하 같은 부작용도 거의 없다. 피부 발진은 생길 수 있다.”




Q : 모든 교모세포종 환자가 받을 수 있나.

A : “20세 이상이면서 아직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면역 세포 치료 대상이다. 현재는 임상 단계로 분당차병원, 신촌·강남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대안암병원,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진행 중이다. 암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초기일수록 효과가 크다.”




Q : 교모세포종 치료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A : “하루에도 많은 교모세포종 환자를 만나는데 늘 마음이 아프다. 하루빨리 면역 세포, 유전자 치료 같은 개인 맞춤형 치료가 국내에도 개방돼 환자가 원하면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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