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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효석 문학상] 낯선 성소수자들의 사랑…유려한 글솜씨로 큰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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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 진출작 ③ 김봉곤 '컬리지 포크'

매일경제

최근 들어 한국 문학을 지탱하는 두 가지 축은 퀴어(성소수자를 통칭하는 말)와 페미니즘이다. 올해 이효석문학상 심사 과정에서도 이런 작품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특히 퀴어문학의 부상은 예사롭지 않다. 페미니즘문학은 그동안 한국 문단의 갈래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았지만, 퀴어문학은 그다지 창작되지도, 읽히지도 않았다. 이런 가운데 김봉곤 소설가(33)는 훗날 문학평론가가 퀴어문학을 연구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김봉곤은 스스로 공개한 것처럼 동성애자이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일들을 다루고 있다. 누구보다 유려하게 퀴어 이야기를 소설로 다루고 독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김봉곤이 지난 6월 펴낸 소설집 '여름, 스피드(문학동네 펴냄)'는 신인급 작가의 작품인데도 출간 사흘 만에 2쇄를 냈다. 제19회 이효석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컬리지 포크(문학동네 2017년 여름호)'는 김봉곤이 그동안 선보인 작품 가운데서도 수작으로 꼽을 만하다. 이 작품은 그의 소설집 '여름, 스피드'에 수록됐다.

'컬리지 포크'는 일본 교토를 배경으로 하며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한다. 마치 일본으로 잠시 유학을 떠난 한국 학생의 얘기를 읽는 듯하다. 물론 작품의 주인공 '나'는 성소수자다. 주인공은 한국에서 동성 애인과 헤어지고 교토로 넘어왔다. 주인공은 다소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여름날, 일본인 교수 에하라를 만난다. 에하라 교수는 소설 창작을 가르친다. 어느날 주인공은 에하라 교수의 연구실에서 그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안 그래도 매력을 느끼던 와중에 주인공은 곧바로 그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의 사랑은 퀴어의 사랑이지만, 사랑의 과정은 여느 이성애자의 그것과 같다. 버스에서 청량한 땀냄새를 맡으며 황홀함을 느끼고 함께 등산을 하기도 한다.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서술한 김봉곤의 글솜씨는 이 부분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주인공과 에하라 교수는 문학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깊이 교감한다. 그럼에도 사랑이 끝날 때는 그들이 성소수자이기 때문인지 빠르게 정리한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 질척한 이별은 거절하겠다면서 그들은 뚜렷한 갈등 없이 이별한다.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사랑이라면 격정으로 두 사람은 쉽게 넘었지만, 또한 이별의 순간이 오자 경계에 눌려 허물어진다. 주인공은 에하라 교수와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사랑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를 잊지 못한다.

'컬리지 포크'에서 김봉곤이 선보인 치밀하고 섬세한 표현은 마치 퀴어의 사랑을 그린 무라카미 하루키로 생각될 만큼 감각적이다. 특별히 서사적 긴장감은 없지만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감정의 흐름은 사랑의 슬픔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다만 이 소설이 이성애를 다뤘다고 한다면 어떤 차이를 보인 것인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효석문학상 심사위원장인 오정희 소설가는 "김봉곤은 직접적인 퀴어의 얘기를 다루며 자기 문학론을 만들었다"면서 "세련된 방식으로 퀴어를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봉곤은 1985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와 같은 대학원 서사창작과를 졸업했다.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Auto'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소설집 '여름, 스피드'를 썼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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