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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차라리 노무현 때가 낫다" 한국당이 부르는 '사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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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야권에 때 아닌 ‘노무현 향수’가 퍼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빗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사례가 부쩍 증가한 것이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대표적이다. 김 총장은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문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용기가 부족한 것이다. 그렇게 존경했던 노 전 대통령이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유엔평화군 파견을 결단했던 길을 따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1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도 문제가 없진 않았지만 어떤 정책이 논란이 되면 치열하게 토론을 벌여 실수를 인정하고 궤도를 수정했다”며 “반면 문재인 정부는 이상만 추구하는 운동권·86 그룹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어 잘못된 것을 고치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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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12일 부산 수영구 자유한국당 부산광역시당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지방 경청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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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협치 내각을 제안한데 대해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대업을 이어받은 사람 아니냐. 그러면 그 정도 의식을 가지고 제안해야지 뜬금없이 대변인을 시켜 뭐 하는 거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과거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대연정을 제안했던 것을 가리킨 말이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그 동안 행보나 정권 구성 인사만 보더라도 노무현 정권의 시즌2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원작을 망친 리메이크 영화처럼 시즌2가 훨씬 더 졸작”이라고 깎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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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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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노 전 대통령을 여권을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한 것은 지난달 중순부터 도드라진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으로 대여 포문을 열었다. “현 정부가 참여정부를 계승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초ㆍ중ㆍ고 커피 판매 금지법’을 거론하며 “제가 참여정부 정책실장으로 있을 때 (이런 사례가 나왔다면) 아마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셨을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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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신임 혁신비대위원장(왼쪽)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뉴스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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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김 위원장의 취임 소식이 알려질 때부터 이같은 상황을 우려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지난달 16일 김 위원장을 겨냥해 페이스북에 “당신의 출세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을 입에 올리거나 언급하지 말아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적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다음날 기자들과 만나 “그건 노무현 정신을 왜곡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신은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다”라고 받아쳤다.

한국당 관계자는 “급진적 이념집단인 86그룹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선 주로 행정관 수준이어서 영향력이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온통 청와대를 장악한 수준이라 노무현 정부때보다 부작용이 훨씬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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