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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400원짜리 맥주'로 아프리카 두드리는 맥주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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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현지 작물로 양조한 아프리카 전용 제품… 시장 규모 연4.5%씩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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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밀러 자회사인 세르베자스가 모잠비크에서 출시한 맥주 '임팔라'. 카사바 열매를 이용해 양조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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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몇백 원'짜리 맥주가 인기다. 질 나쁜 제품이 아니라 하이네켄 등 유명 기업들이 정식으로 출시한 제품이다.

18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맥주회사들이 맥주 소비량이 줄어든 북미와 유럽 시장 대신 가격을 절반 이상 줄인 상품으로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시장 분석기관 베른스타인 리서치에 따르면 '버드와이저' 등 수많은 맥주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최대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를 비롯해 '기네스'를 생산하는 지아지오, 네덜란드의 하이네켄, 프랑스 최대 와인·맥주회사 카스텔 등이 아프리카 맥주 시장에서 발생한 이윤의 98%를 차지한다.

맥주회사들이 아프리카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주력 시장이었던 북미와 유럽에서 맥주 인기가 식어서이다. 주류시장 조사기관인 IWS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1인당 맥주 소비량은 73.4리터로, 2000년 83.2리터, 2010년 80.2리터에 이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올 상반기 주요 기업의 맥주 매출 역시 대부분 줄었다.

로널드 덴 엘젠 미국 하이네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산업 컨퍼런스에서 "맥주 소비자들이 20년 전에 비해 주당 맥주 한 병 정도를 덜 마신다"며 "우리가 뭐라도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위험신호"라고 위기감을 표했다.

베른스타인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1인당 맥주 소비량은 10리터로 북미·유럽 지역(1인당 70리터)은 물론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아직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 성장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리서치기업 플라토 로직에 따르면 아프리카 맥주 시장 규모는 130억달러로 매년 4.5%씩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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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위치한 SAB밀러 양조장.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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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격이다. WSJ에 따르면 아프리카 인구의 15%만이 해외에서 판매되는 일반적인 맥주 한 병 가격 2~4달러(2200~4500원)를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맥주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면 이 비율은 40%까지 늘어난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많은 기업들은 수수, 카사바(고구마와 유사한 열대 구황식물) 등 현지의 값싼 원재료를 이용해 맥주를 만들고 있다. 현지 농가도 이로 인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 AB인베브는 우간다 캄팔라 외곽 지역인 부켈레에서 재배한 수수로 양조한 '치부쿠 셰이크 셰이크'를 한 병당 1500실링(약 450원)에 판매하고 있고, 나이지리아 현지 작물로 만든 '사첸브로이'는 100나이라(310원)에 판매 중이다.

하지만 아프리카가 '꿈의 시장'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외국 맥주회사들이 진출한 이후 작물 가격이 크게 오르자 각국 정부들이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등 규제에 나섰고, 정치·경제적 환경이 전반적으로 불안정해서다. 2014년 케냐에서는 디아지오가 46%의 주세를 소비자가격으로 전가시키면서 '세네이터' 맥주 매출이 75% 급감하기도 했다. 앙골라에서는 지난 3년간 유가 하락으로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불황 여파로 맥주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

WSJ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아프리카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게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일부 기업은 가난한 술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으며 높은 매출고를 올렸지만, 국가 차원의 외화 부족 사태와 물가 변동 등에 맞물려 (매출 상승분을) 한순간에 날리기도 했다"고 경고했다.

구유나 기자 yu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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