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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베네수엘라, '10만대 1' 화폐절하… 상점들 문닫는 등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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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100만% 물가상승 극복 목적… 가상통화 '페트로'와 연동, 최저임금도 30배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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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새로운 화폐 '볼리바르 소베라노'. /사진=베네수엘라 중앙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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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0만%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가 극약 처방을 꺼내 들었다. 자국 통화 가치를 대폭 액면 절하하고, 석유 기반의 가상통화(암호화폐) '페트로'와 연동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또한 사치품에 부과되는 부가세를 대폭 인상하는 동시에 최저임금은 크게 올렸다. 경제와 민심을 다잡으려는 방안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효과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달 20일부터 기존 통화인 볼리바르를 폐기하고 '볼리바르 소베라노(주권 볼리바르)'라는 새로운 통화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볼리바르 소베라노는 기존 볼리바르를 10만대 1로 액면 절하한 것이다.

특히 볼리바르 소베라노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국 석유 자산에 기초해 발행한 가상통화 1페트로당 3600볼리바르 소베라노로 고정된다. 현재 1페트로 시세가 약 60달러(약 6만7500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1달러는 60볼리바르 소베라노가 된다. 미 경제매체 CNBC는 "현재 볼리바르 가치를 고려하면 화폐개혁 후 베네수엘라 통화 가치가 약 96% 줄어들게 된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가 통화가치를 절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3년 루이스 에레라 캄핀스 전 대통령이 국제유가 급락으로 경제가 위기에 처하고 물가가 치솟자 볼리바르 단위를 대폭 낮추는 화폐개혁에 나섰다. 포퓰리스트로 유명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도 재임 기간 수차례 화폐개혁을 진행했다. 그는 2013년 3월 암으로 죽기 직전에도 무려 23%의 통화가치 액면절하를 단행했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최저임금도 현재 월 300만볼리바르에서 1800볼리바르 소베라노 또는 0.5 페트로로 3000% 올리기로 했다. 사치품 부가세도 기존 12%에서 16%로 인상한다.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책이지만 최저임금을 달러로 환산하면 월 30달러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물가가 하루 사이 수십 배 오르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른다 해도 서민 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화폐개혁 조치로 베네수엘라에서는 이미 혼돈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시민들이 새로운 화폐 발생으로 상품 가격이 오를 것을 걱정해 슈퍼마켓으로 몰려들었으나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블룸버그는 "마두로 정부가 휘발유 가격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주유소도 모두 문을 닫았으며, 문을 연 가게 앞에도 긴 줄이 늘어서 있다"고 설명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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