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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침체된 전주 구도심에 '생기'…창의적 도시재생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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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예술공장, 선미촌, 서학동, 첫마중길 등 눈길

김승수 시장 "전면개발 대신 기억과 흔적 남겨야"

뉴스1

전북 전주 제1일반산업단지 내 옛 쏘렉스 공장에 들어선 팔복예술공장/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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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김춘상 기자 = 전북 전주에서 한옥마을과 신도시에 밀려 낙후되던 구도심에 생기가 돌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창의적인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면서 곳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도시재생 관련 중앙부처 관계자, 광역·기초지자체장 등 200여명은 지난달 18일 전주시 팔복동 제1산업단지를 찾았다.

산업단지 한복판에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된 팔복예술공장에서 ‘제1차 도시재생 광역협치포럼(전북권)’이 열린 것이다.

김 장관 등 참석자들은 팔복예술공장 곳곳을 둘러보며 도시재생의 성과물에 큰 관심을 보였다.

팔복예술공장은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하다 문을 닫은 뒤 약 20년 동안 방치되던 한 공장에 전주시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지원사업’을 따내 국비 25억원 등 총 5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산단 내 골칫거리였던 폐공장이 도시재생 사업으로 예술과 과학, 인문학이 결합된 예술공장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올해 3월 말 문을 연 이 예술공장에는 약 5개월만인 현재까지 3만1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약 50년 전부터 시작된 산업단지 조성으로 줄줄이 공장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발길이 뜸해졌던 팔복동도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도시의 기억을 예술의 힘으로 살려낸 팔복예술공장은 전주를 더 전주스럽게, 주민을 더 자랑스럽게 만들어낸 대표 문화공간”이라며 “앞으로 팔복 예술기찻길 조성 등을 통해 팔복동을 대한민국 문화성장의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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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에 들어선 냉면집 © News1 김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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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의 도시재생사업으로 변화가 생기고 있는 곳은 팔복동 산업단지 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이다.

전주시는 2020년까지 선미촌과 주변 서노송동 일대에 총 74억원을 투입해 골목경관 정비, 도로 정비, 커뮤니티공간 및 문화예술복합공간 조성, 주민공동체 육성 등을 골자로 한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16년부터 선미촌에 예술공간과 시티가든을 조성한 데 이어 선미촌 입구 쪽에는 현장시청도 설치했다.

최근에는 성매매업소 중 한 곳에서 ‘예술촌칡냉면’이라는 냉면집이 문을 열었다.

이 냉면집은 선미촌 성매매업소 업종 전환 1호점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약 60년 동안 성매매만 하던 선미촌에서 다른 업종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가 계획 대로 진행되면 어둡고 단절된 공간인 선미촌이 밝고 열린 공간으로 변신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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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예술촌 미래유산 마을재생사업'을 주제로 주민설명회를 하고 있는 김승수 전주시장/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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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천을 사이에 두고 한옥마을을 마주보고 있는 서학동에서도 최근 화가와 공예작가 등이 모여들면서 도시재생의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학동은 전주시가 미래유산 1호사업인 서학동예술촌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마을이다. 지난 2년간 서학동에서는 총 17건의 식품접객업 영업신고가 접수됐다.

이런 성과가 인정받아 올해부터 4년간 국비 100억원 등 총 169억원이 투입돼 Δ사회주택 주거재생 Δ기초생활인프라 구축 Δ근린생활 상가재생 Δ창업 지원기반 조성 등의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현재 서학동예술촌에 둥지를 튼 예술가들은 주민의 일원이 돼 작업공방과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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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영화의거리 옆 객리단길 © News1 김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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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자들의 도전으로 ‘핫 플레이스’로 자리를 잡은 객리단길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거리 옆에 있는 객리단길은 전주의 ‘객사’와 서울의 ‘경리단길’의 합쳐 부르는 신조어다.

1980년대까지 관광호텔과 유흥주점으로 유명했던 이곳은 잇단 신도시 개발로 발길이 끊기면서 상권이 몰락했다.

그러다 최근 젊은 창업자들로 인해 젊음이 묻어나는 거리로 바뀌면서 영화의거리와 객사길, 한옥마을과 연결된 새로운 관광코스가 만들어졌다.

2016년 이후 객리단길에 생긴 업소는 총 43개다. 2016년 12건이었던 식품접객업 영업신고 건수는 지난해 23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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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첫마중길에 개장한 '주말 N 첫마중 어린이 물놀이장'. .2018.7.27/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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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신시가지 개발 이후 공공기관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한순간에 몰락한 6지구는 첫마중길 조성을 계기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첫마중길은 전주를 찾는 관광객 절반 이상이 전주역을 통해 유입된다는 통계에 착안해 전주역에서 명주골사거리까지 백제대로 850미터 도로를 뜯어고쳐 만든 이름이다.

기존 8차선이 6차선으로 좁혀졌고, 대신 도로 중앙에 명품광장이 조성됐다. 직선 도로는 곡선 도로로 바뀌었다. 자동차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도로가 된 것이다.

폭염으로 전국이 들끓었던 최근에는 물놀이장이 생겨 20여일 동안 1만여명이 다녀가는 등 찾는 발길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주시는 행정자치부 간판개선 시범사업으로 내년까지 2년 동안 첫마중길 주변 120개 상가 간판 251개를 전통 이미지에 맞게 교체하는 등 첫마중길 업그레이드에도 나선다.

전주역사 전면개선사업과 전주역 철길 건너편 장재마을 개발도 예정돼 있어 첫마중길 조성을 계기로 6지구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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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에 만들어진 시티가든에서 펼쳐지는 마을잔치/뉴스1 DB © News1 문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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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의 도시재생사업은 지킬 것은 최대한 지키면서 다양한 사회·문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김승수 시장은 지난해 2월 시청 간부들을 대상으로 ‘구도심 아시아 문화심장터 프로젝트’ 특강을 하면서 선미촌 개발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전면 개발방식으로 거기에 빌딩 몇 개 지어서 건물 가지고 있는 사람들한테 ‘빌딩 다 줄 테니까 빨리 끝내자’ 하면 아주 쉬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기억과 흔적을 남길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선미촌을 예술촌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선미촌 하나 때문에 서노송동 전체가, 원도심 전체가 굉장히 슬럼화되고 시민들의 삶도 피폐해졌다. 선미촌도 60년 만에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됐다.”

전면 철거와 같은 기존의 도시개발 방식을 포기하고 도시 안의 삶터들을 창의적으로 되살리려는 전주시의 도시재생사업이 어떤 성과물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mellot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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