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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시골학생 1만815명에게 영어 선물한 오지마을 찾는 '영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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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부터 운영 시작해 3년째 맞아

매년 3억~4억원 예산 들여 시골만 찾아

45인승 관광버스 의자 뜯어 교실로 개조

원어민 2명 이상 타고 영어회화 체험 선물

중앙일보

영어 버스에서 초등학생들이 영어 회화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영진전문대, 대구경북영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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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개 시골초교 학생 1만815명 영어 선물


울릉도 울릉한마음회관 앞에 노란색과 살구색이 섞인 버스 한 대가 나타나자, 저동초교 학생 24명이 우르르 몰려갔다. "뭍에서 온 영어 버스가 왔니더"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버스가 멈춰 서고, 마거릿 케이시(26)와 다이마 윌리엄스(32), 질리란 시퓨엔테스(28) 등 3명의 미국인 강사가 내려 "Nice to meet you. Let's have fun.(만나서 반갑다. 재밌게 지내자)"이라고 하자, 아이들은 "진짜 반갑니더"라며 손뼉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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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버스에서 초등학생들이 영어 회화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영진전문대, 대구경북영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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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엔 원어민이 가르치는 영어 회화 학원이 따로 없다. 학생들은 영어 버스에 올라타서 도심 학원에서나 할 수 있는 세계 국가 알아맞히기 게임, 물건 사고팔기, 직업 체험 같은 다양한 영어 회화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이렇게 영어 버스는 뭍에서 11시간 배를 타고 입도, 지난달 6박 7일간 울릉도 이곳저곳을 다니며 학생들에게 영어 체험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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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버스 [사진 영진전문대, 대구경북영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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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버스 [사진 영진전문대, 대구경북영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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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윤(11) 양은 "영어로 세계 여러 국가를 알아맞히는 게임이 너무 흥미로웠다"고 했고, 이예린(11) 양은 "섬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원어민과의 수업이라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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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버스에서 초등학생들이 영어 회화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영진전문대, 대구경북영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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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버스' 별명, 오지마을만 3년째 달려


오지 마을만을 찾아다니는 영어 버스 '펀 잉글리시 버스(Fun English Bus)'가 운영 3년을 맞았다. 국내 유일한 영어 버스는 원어민을 보기 힘든 경북의 농산어촌을 찾아 시골 학생들에게 영어 회화 프로그램 체험 기회를 준다. 2016년 7월부터 최근까지 3년간 영어 버스가 찾은 오지는 울릉도·봉화군·울진군 등 경북 23개 시·군. 영어 버스가 영어를 선물한 학생만 112개 초등학교 1만815명이다.

시골학생들에게 '펀버스'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영어 버스는 6000여만원을 들여 45인승 관광버스를 개조한 작은 영어 교실이다. 좌석을 모두 뜯어내고 그 자리엔 세계 역사 문화 체험공간, 직업소개 공간, 물건 사고팔기 공간 등 4개의 영어 체험프로그램 환경이 구축돼 있다. TV·스피커·헤드폰·화이트 보드 등도 갖춰져 있다.

원어민 교사 2명 이상이 항시 버스에서 학생들을 만난다. 영어 버스는 엔진 시동을 끈 상태서 수업이 가능하다. 버스 자체에 발전기가 달려서다. 외부 전기 코드에 버스에 달린 전원선을 꽂아 발전기를 돌리기 때문에 일반 교실처럼 소음 없이 수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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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버스에서 초등학생들이 영어 회화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영진전문대, 대구경북영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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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청송군 산골로
영어 버스는 경상북도가 시골 학생들에게도 원어민 영어를 체험 기회를 줘야겠다는 구상에서 시작됐다. 연간 3억~4억원의 예산을 마련해 2007년부터 50명의 원어민 강사를 갖추고 대구경북영어마을(2만5844㎡규모 숙박형 영어 체험 시설)을 운영하는 영진전문대에 영어 버스 운영을 맡긴 것이다.

카밀라 화이트(49·여) 영어마을 외국인 주임교수는 "오지 마을에선 원어민 강사뿐 아니라, 외국인 자체를 보기 힘들다. 그래서 방학 기간을 빼고, 영어 버스는 매일같이 시골길을 달린다"고 말했다. 영어 버스는 9월 3일 다시 청송군 산골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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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알파벳.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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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로 영역 넓혀
영어 버스는 경북을 넘어 내년부터 경남 오지 마을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경상남도는 경상북도 만큼 오지 마을이 많다. 실제 최근 경상남도는 영어 버스 운영에 대해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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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버스를 운영하는 대구경북영어마을 전경. [사진 영진전문대, 대구경북영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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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51) 영어 버스 팀장은 "경남 창원시와 양산시가 직접 영어 버스를 찾아와 운영 방법 등을 보고 갔다"며 "경남뿐 아니라 전라도, 충청도 등 영어 버스가 전국 팔도 구석구석을 다니며 시골 학생들을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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