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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짙어지는 '재판거래' 의혹…대법관·박근혜 조사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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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천=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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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이미 드러난 의혹만 하더라도 전·현직 대법관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확보한 물증과 전직 행정처 심의관들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사법농단' 의혹의 윗선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대법관은 차한성,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과 권순일 대법관 등이다.

차 전 대법관의 경우 재직 당시인 2013년 12월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에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을 지연하길 원하는 박근혜 청와대와 법관 해외 파견지를 늘리길 원하는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거래'를 시도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재판은 5년간 결론이 나지 않다가 최근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대법원도 2014년 2월 주유엔대표부를 시작으로 중단됐던 법관 해외파견을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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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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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차장 시절 통상임금 사건 판결을 앞두고 청와대를 직접 방문한 정황이 드러났다. 통상임금 사건은 상고법원 관철을 위해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거래' 대상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제시한 사건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검찰에 따르면 권 대법관은 임 전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의 직속상관으로 일하던 2013년 9월4일 청와대를 방문했다. 권 대법관이 청와대를 방문한 다음날(5일)에는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 때문에 권 대법관이 통상임금 재판 관련해 진행상황 등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결 전 청와대를 찾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외에도 박병대 전 대법관은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원의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앞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박 전 처장 뜻에 따라 방모 전주지법 부장판사에게 '해당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아닌 법원 권한이라는 점을 판결문에 명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법원 자체 조사 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비위를 저지른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의 징계를 무마하고 재판에도 개입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부산 스폰서 판사'로 지목된 문 전 판사가 부산소재 건설업자 정모씨로부터 수십 차례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징계를 하지 않았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상고법원 설립을 추진하던 법원행정처가 문 전 판사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긴밀한 관계였다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문 전 판사는 정씨가 다른 사건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되자 해당 사건을 심리하는 항소심 재판부의 심증을 빼내는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이 확산되면서 전·현직 대법관에 대한 검찰 조사가 앞당겨질 거란 분석이 나온다. 법원은 '의혹만으로 법원에 대한 강제수사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잇따라 기각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가 성과를 내면서 사법부에 대한 강제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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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 등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재판거래' 의혹으로 또다시 검찰 수사를 받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기춘 전 실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차 전 대법관 등을 만나 강제징용 재판 연기 요청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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