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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사람들] 광주비엔날레 전시작품 콘서베이터 황인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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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반입·반출 때 작품 이상 유무를 살핍니다"

연합뉴스

작품 살피는 황인숙 소장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작품이 들어올 때마다 꼼꼼히 살펴서 전시하기 전에 작품의 상태가 작가가 보낸 그대로인지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광주 북구 용봉동에 있는 비엔날레 전시관은 비엔날레 개막 20여 일을 앞두고 전시작품 맞이가 한창이다.

폭염 속에 비엔날레 성공 개최를 위해 많은 사람이 고생하고 있지만, 전시작품이 도착할 때마다 반드시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는 회색 머리카락의 여성이 유독 눈에 띈다.

밀봉상태로 전시관에 도착한 미술품의 박스 한쪽 한쪽이 벗겨질 때마다 그는 바로 옆에서 작업 상태를 촬영하며 작품의 이상 유무를 점검했다.

이런 식으로 비엔날레에 들어오는 전시작품 모두를 살펴보는 그는 콘서베이터(Conservator)라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가진 ㈜영인 문화재·미술품보존복원연구소 황인숙 소장이다.

콘서베이터는 미술품이나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 분야 전문가들이다.

미술품이 날씨나 환경오염으로 손상됐을 경우 그 원인을 진단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본래의 모습을 복원하는 일을 한다.

광주비엔날레와 같은 전시행사에서는 작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들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세심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도 한다.

작품의 보관상태가 잘못됐거나 작가가 보낸 대로 도착하지 않은 경우 황 소장 같은 콘서베이터의 'OK사인' 없이는 작품을 전시할 수 없다.

이처럼 전시회의 '막강파워'를 갖고 있어 황 소장의 전공분야가 미술이나 문화재 분야일 것 같지만, 그의 전공은 의외로 화학이다.

연합뉴스

황인숙 소장



광주 출신으로 전남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석사학위까지 딴 황 소장은 미술품과 문화재 보존과학에 빠져들면서 일본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황 소장은 "화학과 문화재 보존 복원은 비슷한 점이 많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이를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이 드물어 유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오지호 화백이 공부했던 동경예술대학에 들어가 1995년 이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10여 년째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0년으로 이후 비엔날레가 열릴 때마다 광주로 오는 모든 전시품을 자신의 팀원들과 함께 살피고 있다.

그는 "작품을 운송하는 전문회사와도 협조해야 하고 전시품이 들어오고 나갈 때는 물론 전시 기간에도 이상 유무를 계속 점검한다"며 "만약 이상이 발견되면 작가와 즉시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에는 황 소장과 같은 일을 하는 전문가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소장은 "능력을 갖춘 분들이 있을 순 있지만 작품의 운송과 보관, 보험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전문가는 부족하다"며 "미술과 문화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다"고 말했다.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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