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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일상톡톡 플러스] 순수성 퇴색한 미투운동…'권력자=범죄자' vs '약자=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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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미투 운동은 미국처럼 순수하게 미투로만 진행되었어야 했다"며 "정치적 노림수로 이용하니 미투가 이렇게 변질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B씨는 "미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이는 무고죄로 엄히 처벌받아야 한다"며 "그동안 피해자 코스프레하면서 남자 인생 망치고 이미지 먹칠한 것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C씨는 "서로 썸 타다 상황 불리해지면 약자인 척 코스프레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남녀 불문 서로 기본적인 양심은 가지고 살자"고 촉구했다.

D씨는 "권력자는 무조건 범죄자고, 약자면 무조건 피해자인 거냐"며 "이런 걸 마녀사냥, 인민재판이라고 한다. 팩트는 무시한 채 선동에 휩쓸린 이들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씨는 "증언 밖에 없는 재판이었다. 증거가 없었다"며 "누구 말대로 애초부터 결과는 이미 나와있었다"고 전했다.

F씨는 "미투 열풍에 편승해 엄한 사람을 인격살인한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은 반성해야 한다"며 "일부긴 하지만 극단적인 여성단체를 향한 법원의 준엄한 메시지를 헤아려 남녀 갈등 더는 부추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G씨는 "불륜을 미투로 이용한 건 정말 죄질이 나쁜 것"이라며 "여성의 주장은 무조건 진실이고 참이며 진리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짜 미투 피해자들은 고소하지도 못하고 숨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H씨는 "결국 안희정 지사는 불륜남이 되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정치인으로서 생명은 다한 듯 하다. 이제 정계 복귀는 사실상 어려울 듯 하고 자숙하며 지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I씨는 "진실된 미투 운동을 무력화 시키는 건 다름 아닌 미투 운동을 역이용하는 일부 여성들"이라며 "같은 여성으로서 피해여성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냐"고 비판했다.

세계일보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 선고가 내려진 가운데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부터 한국을 휩쓴 미투 운동과 관련한 첫번째 주요 재판에서 주된 쟁점이었던 업무상 위력 존재를 사실상 부인하는 방향으로 14일 결론났기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권세나 지위를 가진 사람이 소위 말하는 '갑질'을 성적으로 휘두르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격"이라며 "조직 내에서 권력 있는 자가 마음껏 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과 다름없어서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미투 운동을 굉장히 위축시킬 것이고, 이 판결(의 유죄 결론)을 기다린 많은 사람을 좌절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안 전 지사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이 사건은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와 관련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되며,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권을 가진 것을 보면 위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개별 공소사실을 두고는 "피해자 심리상태가 어땠는지를 떠나 피고인이 적어도 어떤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하는 정황은 없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안 전 지사 무죄, 미투 운동에 적지않은 영향 미칠 듯

일반적으로 미투 운동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숨기지 않고 폭로함으로써 서로 지지하는 방식의 사회적 움직임을 뜻한다.

지난해부터 미국 등 세계를 휩쓸었고 올해 1월 서지현 검사가 조직에서 겪었다는 불이익과 성추행 피해를 공개하면서 국내에 본격적으로 상륙했다.

세계일보

이를 계기로 문화계·정계·학계 등 각계각층에서 미투 목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던 가운데 3월5일 김씨 폭로로 안 전 지사가 미투 운동의 중심에 섰다.

차기 대통령으로까지 거론되던 안 전 지사는 미투 운동 관련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가운데 가장 강한 정치적 권력을 가진 데다, 이성 부하직원과 성적 관계라는 사안의 원색적 특성까지 겹치면서 이 사건은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김씨측 고소로 수사를 맡은 검찰은 두 차례 구속영장 청구 등 강수를 뒀으나 모두 법원에서 기각, 한 달여 수사를 거쳐 4월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법원은 6월15일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이날 선고공판까지 모두 10차례 재판을 거쳐 1심 결론을 내렸다.

2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성관계에 위력 없고, '노 민스 노 룰' 저항없이 처벌이 안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변질된 미투…진실은 저 너머에, 각종 루머만 난무?

직장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최근 정부는 성폭력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각종 대책을 발표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1월 성희롱 사건 처리시 주무부처·기관장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공부문 성희롱 방지 대책'을 내놨다.

지난 2월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보완 대책'을 발표하고 여가부와 고용노동부는 각각 공공부문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와 직장내 성희롱 익명신고센터를 지난 3월8일 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성희롱과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

2013~2017년 고용부를 통해 구제를 신청한 성희롱 신고사건 현황을 살펴보면 피해 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고용부에 신고된 직장내 성희롱 사건은 총 2695건이다. 연도별로는 △2013년 370건 △2014년 519건 △2015년 522건 △2016년 556건 △지난해 728건이다.

반면 이들 사건중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13.2%였다. 기소된 사건도 0.4%에 불과했다. 76.3%가 행정종결 처리됐는데 주요 원인이 신고인 불출석이다.

피해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도움도 크게 받지 못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민간사업장내 고용상 성희롱 사건에 대해 인권위에 구제를 신청한 건수는 334건이었다. 그러나 25건(7.49%)에 대해서만 인권위가 권고안을 냈다.

공공부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근 4년간 공무원의 성희롱으로 인한 징계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2014년 29건, 2015년 72건, 2016년 82건, 지난해 99건으로 집계됐다.

2005년부터 국가기관 등의 관계자가 고용관계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에 대해 인권위에 구제를 신청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권고수용률은 낮다. 구제신청 건수는 지난해까지 총 89건이었고 이중 11건(12.36%)에 대해서만 권고가 이뤄졌다.

문제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 행위자와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미흡한 탓에 2차 피해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정부 대책은 그동안 관련 법·제도가 피해여성을 보호하고, 행위자를 처벌하기에는 무력했음에도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없이 추진됐다.

기존 제도가 성희롱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행위자를 처벌하는데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특히 성희롱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2차 피해와 보복의 두려움 속에서 신고조차 어려웠다.

◆성희롱 피해자들 "2차 피해, 보복 두려워"…"허위 미투 무고죄로 처벌해야"

전문가들은 직장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 뿐만 아니라 사업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미국이 도입했다.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권이나 민주주의 가치 등을 훼손하는 기업에 대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성희롱을 성차별로 인정하는 판례가 나오면서 사용자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성희롱에 관한 법리가 발전해왔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공공과 민간부문 모두 국가기관 등의 장과 사용자의 책임이 강화돼 성평등한 근무환경이 구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주의 책임 강화를 유도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차 피해 예방과 성희롱 교육의 내실화도 요구된다.

이 전문가는 "공공부문에서는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현황, 처리과정과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성희롱·성폭력 현실에 기반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민간사업장에서는 전문강사에 의해 성희롱 예방교육이 내실있게 이뤄져야 하고, 지방노동행정기관의 근로감독은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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