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잼' 콘서트 포스터…공화당 "트럼프 사망 모습 묘사했다" 맹비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대통령이 거주하고 집무하는 백악관이 화염에 휩싸이고, 링컨 기념관과 워싱턴 기념비는 무너졌다. 바닥엔 해골들이 굴러다니고, 대머리 독수리 한 마리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 남성을 쪼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미줄라에서 열린 록밴드 '펄 잼'(Pearl Jam)의 콘서트를 알리는 이 포스터가 뒤늦게 미국 정계에서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포스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펄 잼의 머리글자인 'P'와 'J' 글자가 양옆에 크게 들어서 있고, 배경에는 연기가 '투표'를 뜻하는 'vote'를 그리며 피어오르고 있다.
하늘엔 한 남성이 트랙터를 타고 날고 있는데, 몬태나주 민주당 상원의원 존 테스터이다. 테스터 의원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출마,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적인 지지자인 매트 로젠데일과 맞붙는다.
펄 잼의 베이시스트 제프 에이먼트는 테스터 의원과 오랜 친구 사이다.
'Rock2Vote'라는 제목의 이번 콘서트는 중간선거에서 젊은층의 투표 참여와 테스터 의원의 지지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콘서트 이틀 뒤인 15일 상원 공화당 선거지원 조직인 상원 공화당 전국위원회(NRSC)는 이 포스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망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NRSC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참수된 듯한 형상을 들고 사진을 찍었던 코미디언 캐시 그리핀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리핀은 지난해 피범벅이 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 모형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가 거센 논란이 일자 사과한 바 있다.
또 테스터 의원의 침묵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에 대한 공격을 대하는 데 있어 지나친 저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싸잡아 공격했다.
경쟁 후보인 로젠데일도 "역겹고 비난받을 만한 포스터"라며 테스터 의원에게 이 같은 폭력과 극단주의 행동에 대한 입장 표명을 압박했다.
이에 테스터 의원 측은 "콘서트 전에 해당 포스터를 본 적도 없고 이를 좋아하지도 않는다"며 선거 캠프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에이먼트도 성명을 통해 "아티스트의 역할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며 "모든 해석과 담론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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