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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박지원 “길잡이 역할 文대통령뿐..트럼프·김정은 모두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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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비핵화·경제발전 의지 강력해”

“유엔총회서 김정은 비핵화 약속..정상적 지도자로 데뷔 효과”

“北보수 세력 비핵화 반대..행동 대 행동으로 보여야”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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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이데일리 선상원 정경부장·정리=김영환 기자]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4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미협상과 관련해 또 한번 길잡이 역할을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밖에 없다. 트럼프도 믿고, 김정은도 믿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결정된 9월 평양 개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박 의원은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북한을 방문, 첫 남북 정상회담의 기초를 닦았던 남북 교류사의 산 증인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지척에서 대화를 나눴고 지난 4월 문재인 정부 첫 남북 정상회담 때도 만찬에 초대돼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만났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및 경제개발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북미가 정상회담 이후 후속 협상에서 다소 교착 상태를 겪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두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탄”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또한번 북미 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할 이유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물을 바탕으로 “(9월) 유엔총회에 가서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전세계에 비핵화 약속을 해야할 것”이라며 “그러면 북한도 정상적인 국가의 정상적 지도자로 전세계에 데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北비핵화 의지 강하지만..내부 보수 반대도 거세”

-김정일도 만나고 김정은도 만났는데.

△한마디로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 판박이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21세기형이다. 스피치를 더 잘한다고. 김정은 위원장이 어려서 26살인가 (집권을 했는데), (어떻게) 저렇게 배웠을까, (여동생인) 김여정도 그랬을까 (싶었다). 우리가 왕조시대 세자, 왕자, 공주를 왕실에서 교육했잖아. 교육의 결과니까 아버지 판박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CIA에서 대북활동 해온 실무자들이 비핵화가 된다고 자신하는 게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이 확실히 비핵화를 선택하리라 보고 있다. 경제를 살린다는 게 다르다는 거다.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건설 노선이 진짜인가.

△그렇게 본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준비와 관련해 특사로 갔을 때, 북한은 경제지원을 기대했다, 그걸 이야기하니 국내 보수들이 별 이야기를 다했다. 그 때 북한의 송호경 특사가 ‘당신네들만 보수가 있는 게 아니다. 우리도 보수 반대가 보통이 아니다’고 이야기하더라.

2000년 8·15 때도 당시 북한이 조선일보 취재를 못하게 했는데 제가 ‘취재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는 야당과 언론을 인정해야 한다. 당신들도 민주주의 국가 아니냐’고 설득했다. 그 다음 장관급 회담부터 허용하기로 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김용순 비서한테 지시했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김용순 비서가 ‘위원장님, (노동신문 등 북한 언론에) 240~50회 가량 (조선일보가) 우리 땅에 발도 못붙이게 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안된다’고 하더라. 김정일이 지시한 걸 안된다고 하길래 놀랐다. 김정일이 3번을 이야기하다가 성질내며 ‘하라!’고 한 뒤에야 됐다. 지금도 북한 비핵화에 대해 북한의 군부가 상당히 반발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경제건설을 위해 비핵화를 하려고 하는데 이를 진전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군부 반발 때문에 북한이 그렇게 종전선언을 고집하나.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 모두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탄 상황이라 종국적으로 잘 된다. 그런데 언론이 생각하는 것처럼 당장 비핵화는 안된다.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비핵화, 이게 사실상 폼페이오 2차 방북때 합의 된거다. 그러니까 2년 반 소리가 나오는 것이고. 북핵 최고 전문가라는 지그프리트 해커 박사는 비핵화는 10년~15년 걸린다고 한다. 당장 안되는 걸 다 알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말과 종이로 보장하는데 각서를 찢는 건 10초도 안 걸린다. 그러나 김정은은 핵시설·핵무기 폐기로 답을 해야 한다. 사찰을 받고 폐기를 해야지. 트럼프는 안하려면 10초도 안걸려 찢어버리면 그만이지만, 김정은은 핵시설 핵무기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6·12 싱가포르 회담 이전에는 ‘말 대 말’로 갔지만 이제는 ‘행동 대 행동’으로 가야 한다.

북한에서 미국에 억류된 사람을 보내고, 풍계리 갱도를 파괴하고, 서해 미사일 발사 시험장도 해체하고, 유해 55구를 반환했다. 미국이 해준 것은 한미 군사훈련 연기 하나다. 유예도 아니고 연기.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文정부 초심 찾아야”

박 의원은 남북의 결정과는 다르게 8월 정상회담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하면서도 이번 정상회담이 북미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봤다.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이 정무적 판단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도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살려두지 않으면 손해 감수는 자신의 몫”이라며 “트럼프가 비난을 받다 미군 55구 유해송환이 되니 45%까지 지지율이 올라갔다”고 김 위원장의 유해송환 배경을 설명했다.

-북미 후속 협상은 어떻게 될까.

△남북 정상회담에서 또 한번 길잡이 역할을 문재인 대통령밖에 할 사람이 없다. 트럼프도 믿고 김정은도 믿는. 그리고 유엔총회에서 김정은이 연설을 통해 전세계에 비핵화를 약속해야 한다. 그러면 정상적인 국가의 정상적 지도자로 전세계 데뷔하는 효과가 있다. 그 다음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고 그 다음 남북미중 정상이 거기에서 종전선언 할 수 있지 않겠느냐 (본다).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이 원하는 게 핵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한 발 더 나아가서 (비핵화 초기에 핵시설 핵무기의) 60~70% 폐기를 바라는데, 이것 만이라도 해야 한다. 미국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인데 이건 폐기해 줄 거다. 우선적 목표는 비핵화지만 더 큰 목표는 본토 공격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전세계 핵보유국이 있지만 미 본토 공격한다는 건 북한 뿐이다. 파키스탄, 인도, 중국 다 핵무기 있지만 미국 본토 공격한다는 국가는 없지 않나.

김정은 집권 7년간 북한 경제가 좋아졌지만 인민들이 더 잘 살기 위한 핵포기를 말했다. 여기서 떨어지면 자기도 죽는 거다. 김정은이 트럼프가 미국 내에서 비판받을 때 유해 55구를 보내서 딱 살려내지 않나. 상부상조하는 거다.

-유해송환이 더 이뤄지겠다.

△북한이 70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세습을 거치면서 쌓은 외교적 노하우가 허를 찌른다. 6·12 합의 사안 4번째에 유해송환이 있는데 이건 전세계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미국만 중요한 것이다. 지금 북한에 인도적 지원도 못하게 돼 있는데 이걸 푸는 방법으로 북한이 넣은 것이다. 유해송환을 하려면 미군들이 북한에 들어가야 하는데 비용이 든다. 트럼프가 유해송환을 더 받으려면 돈을 내야한다. 55구는 그냥 보냈지만 이제부터는 돈을 줘야 한다.

-우리 정부의 속도조절이 필요한가.

△그렇다. 문 대통령이 초심으로 가야한다. 남북 회담도, 북미 회담도 길잡이 역할을 했다. 노벨평화상 이야기 나왔을 때도 ‘내가 아니고 트럼프’라고 하니 트럼프 대통령이 감동하지 않나. 우리가 인도적 지원 800만 달러를 하겠다고 먼저 가니까 VOA(미국의소리) 방송이 아직 아니라고 보도하잖아. 이런 걸 하지 말라는 거다. 앞서가지 말고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가게 중재자나 길잡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비핵화만 되면 (경제 협력 등) 다 된다. 문 대통령이 안전운전을 해야지 과속운전을 하면 걸린다. 그런다고 미국 대신 대리운전을 해주면 북한이 안 먹는다.

박 의원은 북미 대화가 곧 개최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에서 북한을 방문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박 의원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미국 국무성 대변인이 이 순간에도 우리는 부단히 이야기 하고 있다고 한다”며 “타이밍을 봤는데 곧 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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