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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 사장보다 연봉 많은 차장, 이런 게 혁신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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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기업 내 차장·부장의 성공 사례가 공개됐다. 한국투자증권 김 모 차장은 올해 상반기에 월급과 성과급으로 22억여 원을 받았다. '오너'인 김남구 한투금융지주 부회장보다 9억원, 유상호 사장보다 2억여 원을 더 많이 받았다. 김 차장이 받은 보수 대부분은 파생상품 분야에서 히트 상품을 내놓은 데 따른 성과급이었다. 그가 만든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에는 1년 남짓 동안 8000억여 원이 몰렸고 한투증권이 그 성과에 최고의 보상으로 화답한 결과다.

기업들은 그동안 연간 5억원 이상 지급받은 등기임원만 공개해왔으나 올해 반기보고서부터 임원·직원 구분 없이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상위 5명을 공개하게 됐다. 그러자 7억여 원을 받은 KTB투자증권 과장, 8억여 원을 받은 SK증권 부장 등 과장·부장들의 고액 연봉이 속속 공개됐다. 스톡옵션으로 5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움켜쥔 게임·바이오 회사 직원들 사례도 공개됐다.

회장·사장·전무 순서로 월급을 받는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에 익숙한 우리나라 정서상 위화감이나 지나친 경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주식 투자에 실패한 경험을 지닌 사람들은 무작정 증권회사 직원들의 고액 연봉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에 고액 성과급을 받은 증권회사 직원들은 파생상품 개발로 혁신을 이뤘거나 자산운용에서 뛰어난 실적을 거둔 사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신입 직원이든 중간 간부이든 뛰어난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성과를 낸다면 그에 맞게 대우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박근혜정부가 2016년부터 공공기관과 금융회사에 확산시키려던 '성과연봉제'는 이 정부 들어 흐지부지되고 있다. 또 이번에 연봉을 공개하면서 해당 직원 이름까지 대중에게 공개해 그들이 위협을 느끼고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한국은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종합 26위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노동시장 효율성에선 73위, 금융시장 성숙도에선 74위로 크게 뒤처져 있다. 혁신을 이룬 직원에 대해 직급에 관계없이 존중하고 우대하는 문화가 정착돼야만 기업 내에서 주인의식이 높아질 뿐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도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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